신제품 크러시 출시로 반등 노려
내년에도 신제품 출시 예고
목표는 명확하다. 신제품을 앞세워 매년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구축한 양강체제의 맥주 시장을 반드시 ‘3강 구도’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김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의 맥주 사업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칠성이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왜 맥주 사업이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를 받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 실적은 올해 선방했다. 3분기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3%(83억원) 증가한 2011억원, 영업이익은 110.2%(73억원) 오른 140억원을 기록했다.
주류 부문의 약진을 이끈 주인공은 소주 신제품 ‘새로’였다. 과당을 넣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한 새로는 소주 시장에서 ‘제로 슈거’ 돌풍을 일으키며 롯데칠성의 주류 사업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10년째 답보 상태인 맥주 사업그러나 맥주 사업은 여전히 부진하며 ‘옥의 티’로 남았다. 3분기 맥주 카테고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한 203억원에 그쳤다. 갈수록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이런 맥주 사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 출시라는 칼을 빼들었다. 2020년 6월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현재 롯데칠성은 서울 강남과 강북 등 주요 상권의 점포들에 포스터를 걸고 신제품 판촉에 나섰다.
이번 신제품은 라거 맥주로 출시되며 투명 병에 담겨 판매할 예정이다. 대대적인 마케팅도 펼칠 예정이다. 이미 인기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멤버인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확정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 신제품 관련 홍보·마케팅 등의 준비를 마쳤으며 새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에도 후속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롯데칠성음료는 ‘에일 맥주’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 맥주 기업 가운데 에일 맥주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회사는 없다. 맥주를 소주와 섞어 마시는 일명 ‘소맥’이 대세인 국내 주류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쓴맛이 강한 특유의 풍미가 돋보이는 에일 맥주는 ‘마니아 층’이 주로 찾는다. 이런 특성상 대량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보다는 소량으로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에서 주로 판매한다.
실제로 국내 업체 중에서도 하이트진로는 2013년(퀸즈에일), 오비맥주는 2014년(에일스톤)을 각각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해 현재는 모두 단종된 상태다. 롯데칠성이 에일 맥주를 출시하게 되면 국내에서 대량으로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 중 유일하게 에일 맥주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관건은 이 같은 신제품 출시가 롯데칠성의 지지부진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을 앞세워 맥주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펼쳐왔지만 사실상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맥주 소매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의 카스가 42.7%로 압도적 1위다. 그 뒤를 약 21% 점유율을 차지한 하이트진로(테라 12.8%, 켈리 8.1%)가 추격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롯데칠성의 클라우드는 점유율이 대략 5%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3위지만 1·2위와의 격차는 크기만 하다.
롯데칠성은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첫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른바 ‘롯데 맥주’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엎치락뒤치락 해온 업계의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10년째 롯데의 맥주 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상황이다.
반짝 돌풍에 그친 클라우드 인기롯데칠성의 맥주 사업 부진이 유독 뼈아픈 이유는 이 사업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직접 제품 생산에 관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막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충북 충주에 맥주 공장을 짓기 위해 무려 7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마침내 클라우드를 세상에 공개하며 맥주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였는데 출시 초반 이 점이 각광받으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클라우드 맥주는 독일 등 엄선된 유럽의 호프와 효모를 사용해 만든 ‘프리미엄’ 맥주로 시장을 공략했다. 경쟁사의 맥주와는 다른 ‘깊은 맛’을 강조했으며, 배우 전지현 등 톱스타를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도 단행했다.
소비자들도 즉각 반응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 양강체제의 금을 가게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출시 초반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 6개월 만에 6000만 병을 판매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매달 평균 30%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공장을 풀가동해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지나치게 강한 맥주의 맛이 오히려 독이 됐다. 소맥을 즐기는 유흥시장에서 점차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맥주 맛이 너무 강해 소맥으로 제조했을 때의 청량감이 경쟁사 제품 대비 떨어진다는 평이 힘을 받았다.
때마침 한국 시장에 깊은 풍미를 강조한 여러 수제맥주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것도 점차 맥주 시장에서 클라우드를 잊혀지게 만들었다.
2014년 한때 7% 수준까지 올랐던 롯데칠성 맥주의 점유율은 차츰 추락해 결국 5%대 아래로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후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맥주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주된 이유가 ‘소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한 롯데칠성은 2017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맥주 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소맥 애호가들을 겨냥한 라거 맥주인 ‘피츠 수퍼클리어’를 야심 차게 출시했다. 이를 통해 점유율 상승을 꾀했으나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반짝 돌풍’에 그치고 만다. 유흥 시장에서 잠깐 인기를 끌다가 경쟁제품에 서서히 밀리더니 지난해 결국 단종에 이르게 됐다.
2020년 출시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도 실패까지는 아니지만 선두그룹의 아성을 위협할 위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점유율은 한 자릿수다. 롯데칠성 입장에서는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도 시장이 바라보는 롯데칠성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그간 내놓았던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만큼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맥주 시장의 경우 오랜 전통을 이어오며 양강체제를 구축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미 ‘충성 고객’들을 대거 확보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소맥’ 시장을 잡아야 하는데 이 시장의 경우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와 테라·켈리를 주력상품으로 판매 중인 하이트진로의 벽이 워낙 높아 신제품이 틈새를 비집고 공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도 있다. 이를테면 롯데칠성의 소주 새로는 ‘제로 슈거’라는 차별성을 앞세워 ‘참이슬 천하’였던 소주 시장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처럼 추후 선보일 맥주 신제품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이 선보일 신제품이 원재료나 패키징 측면에서 기존 제품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제품일 것”이라며 “(신제품이) 롯데칠성의 맥주 점유율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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