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3년 연속 5%대 넘겨
정부 '물가TF' 가동…라면·빵·우유 밀착 관리
11년 만에'MB식 물가관리' 부활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11월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11월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올해 들어 10월까지 먹거리 물가가 5% 이상 치솟으며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누계비 기준) 상승했다.

올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한 뒤 7∼9월에는 4.9%로 내려왔다가 10월에 다시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2022년 5.9%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3%대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고유가가 해소되지 않는 데다 이상기온과 맞물려 농산물값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상승폭은 8월 3.4%, 9월 3.7%에 이어 더 확대됐다.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올해 7월 2.3%까지 내려온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3%대에 머문 셈이다.

석유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3% 하락했다. 다만 전년 동월비 하락폭이 7월 -25.9%, 8월 -11.0%, 9월 -4.9% 등으로 줄어들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축수산물은 7.3% 올라 전월(3.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이 13.5% 뛰면서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44% 오를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는 김장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김장 주재료인 배추·무·고춧가루·대파 등 정부비축물량 1만1000톤을 방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서민 생활을 위협하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요 식품 가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관리 대상은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빵·과자·커피·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우유·밀가루까지 총 9가지 품목이다.

10월 아이스크림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2% 뛰었으며 우유 14.3%, 과자·빙과·당류 10.6%, 차·코코아 9.9%, 빵 5.5%가 올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9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빵 서기관’, ‘우유·아이스크림 사무관‘, ‘커피 사무관’ 등을 지정해 각 담당자가 물가를 전담 책임지는 방식이다. 각 품목 담당자의 이름과 직급 등도 보도자료에 공개했다.

이런 방식은 11년 전 이명박(MB)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12년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사실상 ‘MB식 물가관리’가 10년 만에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