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제품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력 생산 사업장은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바탕으로 제품의 친환경성을 더하는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센터 상무와 만나 환경경영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다른 기업과 비교해 기후변화 대응 속도가 빠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아모레퍼시픽은 최초와 최고를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1993년 환경무한책임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정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습니다.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직후부터 기후변화 이슈를 전사적 차원에서 다뤘죠.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코프 1·2 배출량에 대한 인벤토리 구축입니다. 2011년 매년 원단위 배출량을 5% 줄이는 목표를 세웠고요. 파리협정이 발표된 2016년 이후 RE100 가입을 고민했습니다.”
- 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달성하고 있나요.
“2009년부터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중요한 ESG 경영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2016년 위원회에서 2020년까지 기후변화 전략과 목표를 논의하며 처음으로 RE100, 카본프리 개념을 공론화했습니다. 당시 RE100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글로벌 동종 업계의 기후변화 전략을 분석하며 소비재업계는 제품의 탄소배출 집약도가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과정평가(LCA)를 바탕으로 제품 하나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 중이었죠. 기업 대 기업 구도가 아닌, 상품 대 상품 경쟁 구도로 갈 때 어떤 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하는 고민의 일환에서 RE100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2021년 아모레퍼시픽이 2030년까지 추진해야 할 지속가능경영 관련 5대 약속을 선언하면서 RE100 가입을 결정했습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인 데다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RE100 달성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정책·기술 자문과 의견을 제공해줄 학계·산업계 전문가와 의사결정자가 참여하는 ‘탄소중립위원회’를 발족했고, 이를 통해 RE100 달성을 위한 방법론과 실행 로드맵을 확정했습니다.”
- RE100 달성 목표 연도가 2025년으로, 국내 기업(금융 제외)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2021년 RE100 가입 계획을 보고할 당시 최초 달성 시점은 2030년이었습니다. 2030년까지 시간 여유가 있고, 충분히 기술적·제도적 뒷받침이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보고 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030년은 너무 멀다. 2~3년 안에라도 90% 이상 달성해보자. 누구라도 앞으로 빨리 나아가야 세상이 좋아진다면 우리가 먼저 나아가자’고 강조하셨고 이에 따라 시기를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 어떻게 앞당길 수 있었나요. 전반적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이 궁금합니다.
“주력 생산 공장인 오산 뷰티파크는 2007년 설계 당시부터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고려했습니다. 이후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확충했습니다. 초기 전략은 부지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최대한 직접투자를 통해 마련하자는 것이었죠. RE100과 상관없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자가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 도움이 된 셈이죠. 이제는 모든 사업장에 최대한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설비도 계절적 요인과 안정성 등 한계와 불확실성이 있기에 PPA를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RE100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셨나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사업장은 오산과 대전, 상하이 3곳입니다. 대전 사업장은 SK E&S와 국내 최초로 5MW 규모의 직접 PPA 계약을 체결하여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오산 뷰티파크는 2.6MW 규모 자체 태양광발전 인프라를 확보했으며, 2022년 한국전력공사·에코네트워크와 제3자 PPA를 체결했습니다. 2022년 SK E&S, 북촌서모풍력과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 VPPA를 체결하기도 했죠. 이 밖에 본사 건물과 오설록 제주하우스, 용인 연구소,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비전 등에 대한 투자도 시작했습니다. 오산과 상하이 사업장은 2022년 RE100을 달성했으며, 대전 사업장은 연말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VPPA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주민의 고정 수익을 보전해주고 있더군요.
“VPPA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재생에너지 공급 방법입니다. 국내에서는 저희가 제주 북촌리 마을 풍력인 북촌서모풍력과 처음 VPPA를 체결했습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변동성이 큰 전력도매단가(SMP)에 따라 판매를 하므로 재생에너지 판매로 인한 수익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매월 기준 고정가격에 시장전력 도매가격 차액을 정산하는 VPPA 계약을 통해 마을주민들은 전력판매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죠. 제주는 오설록, 이니스프리 같은 저희의 유산이 남아 있는 섬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주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거래를 중개한 SK E&S와 협의해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 국내 기업 최초로 PPA를 체결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3건의 PPA를 진행했는데, 초반에는 계약할 발전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중개하는 회사도 생기고 기업 간 정보 교류도 활성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직접 계약 가능한 발전소를 찾아다니며 동향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국내 첫 PPA 계약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았지만, 시장의 빠른 변화와 정의되지 못한 불확실성에 의해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장기간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어렵게 계약할 수 있는 발전소와 파트너를 찾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일이 많았기에 계약부터 정산까지 프로세스를 확인하고 이행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어요. 가장 먼저 내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무, 재무, 회계, 자산, 운영 등 모든 유관 부서와 함께 논의했고 정부와 민간 단체 외부 전문가들과 주기적 만남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프로세스를 수립해 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PPA 수요가 거의 없었기에 계약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PPA 관련 고시가 나오기 전이었죠. 지금은 시장에서 계약할 수 있는 계약자를 찾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 PPA 체결 이후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운영 과정도 녹록지는 않아요. 전기법 개정으로 국내 전력시장에서도 PPA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실제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가 정비되고 세부 지침이나 거래를 위한 플랫폼 등 인프라가 준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직접 PPA의 경우 정산 과정이 너무 복잡해 사업장의 현업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비용 정산 절차를 통합·간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 VPPA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다 보니 정산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소비재, 화장품 기업에 중요한 환경 이슈는 무엇인가요.
“2022년에 가입한 에코 뷰티 스코어 컨소시엄(Eco Beauty Score Consortium)은 유럽, 미국, 일본의 화장품 기업이 함께 모여 LCA 방법론에 따른 데이터 기반 환경발자국 측정 체계와 제품의 환경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관련 규제에도 사전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도 2005년 도입한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LCA 기반으로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이를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제품과 서비스의 친환경성에 대한 고도화된 검증 요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LCA 툴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환경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그린워싱 규제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고, 국내 역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린워싱 관련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 마케팅 관점에서 그린워싱 가이드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정기적 현업 교육과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대담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 이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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