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소비위축에 경기침체 예상돼, 기업은 혁신과 차별화로 장기불황에 대응해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11월은 세계적인 할인 축제 시즌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 구매를 위해 이때를 기다린다. 매년 기록적인 매출을 자랑하던 지난 11월 11일에 개최된 중국 광군제 실적이 올해는 예년과 달리 둔화되었고, 이번에 많이 판매된 상품들은 주로 필수품 위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경기침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24일 블랙프라이데이, 뒤이은 27일 사이버먼데이 할인축제 기간 동안 온라인쇼핑이 대세인 것을 확인하며 온라인쇼핑 매출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며 온라인과 대비를 이뤘다. 이번 미국 쇼핑축제 참여 소비자는 늘었으나 1인당 구매액은 줄어들었다는 미국소매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미국에서도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집계 결과 미국 신용카드 부채가 증가하고 카드 연체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내년 미국 경기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현상이라 하겠다.

국내에서도 11월은 쇼핑축제 시즌이다. 지난 11월 11일부터 11월 말까지가 ‘코리아페스타’ 기간으로 전국에서 할인행사가 열렸다. 이와는 별개로 주요 유통업체들은 자체 할인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11월 할인축제에 뒤이어 12월에는 중소기업, 소상공의 할인축제인 동행축제가 기다린다. 동행축제 기간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상점가, 전통시장 등에서 할인행사를 여는데 11월에 브랜드 상품 중심의 할인축제에서 소외받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해 국민들이 지갑을 열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할인축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있어 소비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할인율이 웬만큼 크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상품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으니 기업들은 속이 많이 탈 것이다. 국내에서 소비심리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90이던 소비자심리지수가 8월에 103까지 오르며 소비회복이 기대되었으나, 지수는 8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11월에는 9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초과하면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경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9월 추석과 연말 특수를 고려할 때, 명절 기간에조차 소비심리가 고금리와 물가 고공행진으로 위축되며 얼어붙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에 따르면, 한 달을 남겨둔 올해 경제성장률은 약 1.4%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소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모아보면 2~2.3% 정도인데, 글로벌 민간금융기관들은 이보다도 낮은 1%대 후반 정도로 보고 있다. 그만큼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은 밝지가 않으며, 따라서 내수시장도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겪어보지 못한,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에 대해 이제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기업들과 정부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를 학습한다면, 불황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부터 시작된 장기불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가격파괴를 통해 소비활성화를 노렸으나,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결국 가격파괴 경쟁을 자제한 바 있다. 이 같은 불황 시기에도 인기를 얻는 상품이 많고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일본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일본 히트상품을 발표하는 닛케이트렌드의 불황기 히트상품의 주요 특성을 정리해보면 실속형 가치소비, 가격 경쟁력, 작은 사치를 통한 위안, 실버, 건강, 나홀로 소비, 재미(Fun)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기업들에 과거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과 차별성을 요구할 것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각 기업이 혁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기술력 증대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가성비 높은 상품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불황 중에도 높은 가성비와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내세워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불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