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분기 결과 상승 명품브랜드 1위는 미우미우, 2위는 로에베, 3위는 프라다, 4위는 보테가베네타, 5위는 베르사체, 6위는 생 로랑, 7위는 몽클레르였다. 로에베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으나 1996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합류하면서 명품브랜드 대열에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1846년 스페인에서 가죽공예에 헌신하는 집단 공방으로 시작된 로에베는 디자인 및 제작 접근 방법에 있어 장인 기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 왔다. 이후 30년 가까이 지난 1872년 독일 출신의 엔리케 로에베 로에스베르그가 공방에 참여하면서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이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이름에서 오늘날의 로에베가 탄생한 것이다. 로에베는 용감하거나 위풍당당한 사람에게 별명으로 칭하던 ‘사자’를 뜻하는 중세 시대 독일어 ‘lewe’에 그 기원이 있다. 이 시점부터 로에베는 전례 없는 찬사를 받았으나 동시에 혼란도 시작되었다. 독일 이름을 가진 스페인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3분기 상승 명품브랜드 2위에 올라
1905년 스페인 국왕이 로에베 가문을 스페인 왕실 납품업자로 선정하면서 로에베는 더욱더 유명해졌다. 1934년 엔리케 로에베 크나페가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1939년 개설한 마드리드 그랑비아 8번지의 매장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죽공방으로 시작할 때부터 로에베는 수공예와 독보적인 가죽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가죽 장인으로 구성된 집단 공방으로 소박하게 시작해 전 세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부상하기까지 로에베가 거쳐온 역사를 들여다보면 장인 정신을 향한 집념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죽 소재에 대한 전문성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로에베 3세대가 회사 경영을 맡으며 가족 기업의 전통을 이어 나갔다. 한 세대의 마스터 장인이 다음 세대에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며 로에베의 풍부한 장인 정신 유산은 계속해서 브랜드의 핵심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1963년에는 런던에 매장을 오픈하여 사업을 국제화시켰다. 1970년대에는 여성 기성복을 출시했고 1972년에는 ‘L Loewe(L 로에베)’ 이름의 브랜드 향수 제품을 선보였다. 1986년 남성복을 출시해 마드리드 세라노 거리에 매장을 오픈했다.
2013년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조나단 앤더슨(사진②)이 임명됐다. 앤더슨은 1984년생으로 영국 런던 패션 칼리지를 졸업한 북아일랜드 패션 디자이너로 2008년 자신의 브랜드인 JW 앤더슨을 설립했고, 2013년에는 LVMH 산하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개 브랜드의 일을 하고 있다. 두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비즈니스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유능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JW 앤더슨 브랜드는 화려한 디자인에 로고를 강조한 감성적인 스타일로 전개하고, 로에베는 장신 정신에 입각한 가죽제품을 기초로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JW 앤더슨은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주기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JW 앤더슨의 디자이너 이름을 강조한 레이블과 감성과 이슈가 부족한 SPA 브랜드의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낳는다.
조나단 앤더슨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에베는 브랜드가 가진 가죽이라는 소재의 노하우와 장인 정신을 살려 현대적인 이미지를 불어 넣는 데 집중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새로운 실루엣과 스타일,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링과 색감은 로에베의 시그니처가 됩니다. 이로 인해 로에베는 패션계의 중심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고 LVMH의 간판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하죠.”
170년 전통에 조나단 앤더슨의 신선함 더해 “이전의 로에베는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세상에 등장할 로에베가 진정한 로에베로 남을 것이다.” 앤더슨의 이 한마디는 1년 만에 현실이 되었다. 170년간 장인 정신을 내세웠던 로에베에 신선한 면과 젊음을 녹여내 말 그대로 새롭게 탄생한 로에베가 등장했다. 로에베의 보수성은 사라지고 30세 앤더슨의 창의력과 과감함이 로에베를 채웠다. 의상보다 핸드백 라인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로에베의 독자적인 가죽 기술로 퍼즐을 연상시키는 퍼즐백(사진③), 코끼리 모양을 형상화한 엘리펀트 백(사진④), 모자 모양의 볼캡백을 선보이며 가방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앤더슨의 과감한 창의성과 로에베의 기술력이 맞아떨어져 나타난 커다란 변화는 신선하면서도 브랜드에 새로움을 불러일으켰다. 남다른 만남의 시너지였던 만큼 로에베의 새로운 가방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로에베의 핵심 가치는 현대 문화에서 공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브랜드의 신념이다. 역사 속의 위대한 예술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전 세계 현대 예술 공예 문화에 대한 로에베의 꾸준한 지원은 높이 살 만하다.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공예는 로에베의 정수와도 같습니다. 로에베 하우스는 공예라는 단어의 순수한 의미를 중시하죠. 공예는 현대성이 숨쉬는 곳이며, 공예와 로에베의 인연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로에베 코리아
사진 자료: 로에베 코리아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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