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부문 올해의 CEO

[2023 올해의 CEO]
1968년생, 고려대 법학과. 1997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5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200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견 법관. 2008년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2011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201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0년 쿠팡 대표이사 사장(현).
1968년생, 고려대 법학과. 1997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5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200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견 법관. 2008년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2011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201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0년 쿠팡 대표이사 사장(현).
강한승 쿠팡 대표는 2020년 10월 경영관리총괄 직책을 부여받고 쿠팡의 수장이 됐다. 당시 쿠팡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좋지 못했다. 공격적 투자에 따른 잡음이 끊임없이 일었으며 플랫폼 기업 규제 수위도 점차 높아지던 때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판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약 30년 동안 법조인으로 활약하던 강 대표가 쿠팡 CEO에 오르자 시장에서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이커머스 경험이 전혀 없는 법조인’이 과연 어떻게 쿠팡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였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곧바로 증명해냈다. 그의 취임과 함께 ‘곧 망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던 쿠팡은 매년 빠른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 시작한 것이다.

강 대표가 쿠팡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다는 사실은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그의 지휘 아래 쿠팡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8조102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1% 늘어난 1146억원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쿠팡의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이커머스 경쟁업체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승기를 사실상 쿠팡이 잡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강 대표는 최근 재선임에도 성공하며 2026년 11월까지 쿠팡을 이끌게 됐다.

쿠팡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강 대표는 ‘겸손한 리더십’이 트레이드마크다. 그와 처음 소통하는 직원들은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귀 기울이는 강 대표의 태도에 놀란다고 한다. 이런 그의 리더십은 직원 수만 6만6000여 명에 달하는 쿠팡을 이끄는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략을 짤 때 그의 소통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다. 내부 직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이 같은 소통 능력을 앞세워 강 대표는 쿠팡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최첨단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적극적 투자 결정이 대표 사례다. 강 대표 취임 이후 쿠팡은 2조3000억원가량을 오로지 국내 물류센터 증설에 투자했다.

내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쿠팡의 흑자 달성을 위해 ‘규모의 경제’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물류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쿠팡에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대표가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뿐 아니라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에서 쌓아올린 ‘황금 인맥’이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상생 경영’을 강화한 것도 그의 업적 중 하나다. 그의 취임 이후 쿠팡은 중소상공인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화기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테면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약 76%가 소상공인 제품이다. 또 쿠팡은 소상공인의 거래대금 조기 지급, 대출, 광고 마케팅비 등으로 9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내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024년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 롯데와 같은 유통 대기업이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하고 있으며 위메프와 티몬 등을 인수한 큐텐 역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가 어떤 전략을 내세워 쿠팡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나갈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