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홀튼 이어 피츠커피, 인텔리젠시아 등 한국 진출 예정

[비즈니스 포커스]
팀홀튼 신논현점이 처음 문을 열었던 지난 14일의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팀홀튼 신논현점이 처음 문을 열었던 지난 14일의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지난 12월 19일 신논현역 3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캐나다 국민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팀홀튼은 12월 14일 논현동에 첫 매장을 열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새롭게 국내에 상륙한 커피 맛이 궁금한 이들로 팀홀튼은 매장 안뿐만 아니라 바깥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팀홀튼을 방문한 한지희(39) 씨는 “지인들이 추천해줘 그 맛이 궁금해 팀홀튼을 찾게 됐다”고 했다. 위승빈(25) 씨도 “캐나다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고 부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안내직원에게 대기 시간을 묻자 매장을 이용할 경우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착석은 포기하고 커피 맛만 보기 위해 ‘테이크 아웃’을 선택했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다.

키오스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을 완료하고 이를 마시기까지 약 40분이 소요됐다. 긴 시간 기다리면서 다른 손님들이 무엇을 사는지 살펴봤다. 커피 외에도 도넛이 인기였다. 도넛을 대량으로 구매해 테이크 아웃해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팀홀튼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치열한 한국 커피 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이 앞으로 더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명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 커피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롭게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은 최근 1호점을 연 팀홀튼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와 피츠 커피도 조만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등과 같은 기존 브랜드들과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커피 시장 공략을 선언한 해외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업계의 주목을 끄는 주인공은 팀홀튼이다. 팀홀튼은 캐나다 커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피 브랜드다. 스타벅스도 캐나다에선 팀홀튼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캐나다에서 팀홀튼이 운영하는 매장 수는 3500여 개다. 반면 스타벅스는 470여 개에 불과하다. 스타벅스는 캐나다에서 커피 무료 리필 등 타국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내놓았지만 여전히 팀홀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 멘토’ 피츠커피도 상륙
이런 팀홀튼이 한국에서도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특히 향후 공격적인 출점 계획도 내놔 기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팀홀튼은 12월 28일 선릉역에 2호점도 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속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나가 5년 안에 한국에서 150개 이상의 매장을 출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반 매장 외에도 빠르고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매장 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미국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피츠커피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 5월 국내에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다만 아직 출점 시기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1966년 설립된 피츠커피는 미국에서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연 선구자로 꼽힌다. 스타벅스의 창업자들이 회사를 세우기 전 피츠커피 창업자 앨프리드 피트로부터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피츠커피는 2017년을 기점으로 아시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2022년 말 기준 총 1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바이에도 점포를 냈다. 한국에 문을 열면 피츠커피가 진출하는 세 번째 아시아 국가가 된다.

블루보틀과 함께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커피도 조만간 국내에서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상급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중남미와 동아프리카 생산자로부터 커피 원두를 직접 수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피 수입·유통 전문 회사인 MH파트너스는 현재 한국에 독점적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 매장을 열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리젠시아가 국내에 매장을 열게 되면 미국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글로벌 매장이 된다. 첫 해외 진출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드멜로 커피도 12월 18일 한국에 첫 매장 문을 열며 손님 맞이가 한창이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선 이유는 한국의 커피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커피 수입액은 전년 대비 42.4% 증가한 13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갈수록 커지는 한국 커피 시장커피 수입량도 처음으로 20만 톤을 넘었다. 이는 성인 1인당 하루 약 1.3잔의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커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끝을 모르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커피시장을 글로벌 브랜드들이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게다가 한국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커피맛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상 앞으로 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들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시장 성장성을 보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상륙을 결정했지만 과연 이들이 계획했던 대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 인기’를 누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에 힘입어 시장에 진출하는 브랜드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커피 가맹점 브랜드 수는 390개였는데 지난해에는 852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게다가 기존 강자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한국 커피 시장의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는 스타벅스가 1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3년 3분기까지 2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수많은 충성고객들을 대거 확보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가성비로 승부수를 던진 ‘초저가 토종 커피’ 업체들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브랜드들의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력적인 한국시장 잡아라...글로벌 브랜드들의 ‘커피 전쟁’
한국 커피 시장에서 2023년 나타난 흐름 중 하나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으로 대표되는 초저가 커피의 높은 인기다.

점포 수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첫 매장을 연 메가커피는 매년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점포 수 2600개를 돌파했다. 2014년 론칭한 컴포즈커피도 2023년 2400개로 점포를 늘리며 ‘가성비 커피 전성시대’를 열었다.

반면 최근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선 해외 브랜드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고급스러운 맛을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예컨대 팀홀튼도 캐나다에서는 중저가 커피 브랜드에 속하지만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현지보다 가격을 약 두 배 높게 책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팀홀튼 등 한국에 진출하는 해외 커피 업체들의 경우 초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두고봐야 알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수많은 해외 유명 커피업체들이 자사의 브랜드 파워와 한국 커피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하고 쓸쓸히 떠난 사례들도 많다.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의 커피전문점 ‘카페 네스카페’, 호주 최대의 커피체인 ‘글로리아진스’, 미국 시애틀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점 ‘시애틀즈 베스트’ 등이 과거 한국 커피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에도 일본의 유명 커피 체인점 퍼센트 아라비카가 한국 시장에 들어왔지만 오픈 초기 잠깐 인기를 끌더니 현재는 주춤한 모습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