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라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주 오래전이라면 “재산이 1억원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월급이 한 달에 100만원씩만 나오면 너무 좋겠다”라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 이 기준이라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 축에 속할 것이다. 1억원의 자산으로는 아파트 전세도 얻기 어려우며 월급 100만원으로는 생활도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부자라는 기준은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에 가깝다고 하겠다. 어떤 시대이든 부자라면 최소 상위 1% 이내에 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한국 부자 보고서’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제외하고도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사람을 부자라고 정의하였는데, 다른 나라의 ‘백만장자’와 비슷한 개념이라 하겠다.

이런 부자가 202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45만6000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인구수를 감안하면 상위 0.89%에 해당하는 자산가라 하겠다. 우리나라 인구의 0.89%밖에 되지 않는 부자들이 우리나라 총 금융자산의 59.0%를 보유하고 있다. 99%가 넘는 나머지 국민이 총 금융자산의 41.0%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의 편중이 심각하다 하겠다.

그런데 8년 전인 2014년 조사 때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의 수는 18만2000명에 그쳤고, 인구 대비 부자의 비율이 0.35%에 불과했다. 결국 8년의 기간 동안 부자의 수는 2.5배가 되었으며, 인구 대비 부자의 비율은 0.54%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부자, 서울에 제일 많고 충남에 제일 적다그러면 어느 지역에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어느 지역에서 부자들이 많이 늘어났을까?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인구를 감안해도 서울이 압도적이다. 인구 1만 명당 220명의 부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울시 전체 인구의 2.20%가 부자라는 이야기이고, 서울에는 전국 평균(0.89%)보다 부자가 두 배 이상 많이 산다는 의미이다.

부자가 많이 사는 두 번째 지역은 세종시로 서울의 절반 정도인 인구 1만 명당 107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부산시(86명)가 3위, 대구시(82명)가 4위이고, 경기도(74명)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0.9% 부자가 자산 60% 소유한 한국, 서울에 제일 많아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상대적으로 부자가 적게 사는 지역으로는 충남(34명)이 17위, 경남(35명)이 16위, 경북(36명)이 15위, 충북(36명)이 14위, 전남(37명)이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자가 가장 적게 사는 충남의 경우 서울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과거 8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2014년에 부자가 많이 사는 상위 5개 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제주, 경기 순이었다. 그런데 2022년은 서울, 세종, 부산, 대구, 경기 순이다.

2014년에는 세종시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이므로 통계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세종시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반면에 8년 전에는 4위였던 제주도가 지금은 9위로 추락했다. 제주살이 열풍이 점점 수그러들면서 부자들의 제주 이주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부자가 적게 사는 5개 지역의 경우 2014년에는 충남, 경북, 전남, 충북, 강원 순으로 저조했는데 2022년에는 충남, 경남, 경북, 충북, 전남 순으로 바뀌었다. 강원이 벗어나고 대신 경남이 전체 16위까지 하락한 것이다.

위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집계한 통계는 자산을 기준으로 한 부자의 분포라 하겠다. 이번에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 부자의 분포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돈을 많이 모은 부자’가 아닌 ‘돈을 많이 버는 부자’의 기준으로 국세청 자료를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연봉 2억 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16만 9205명이라고 하며, 이는 전체 근로자 수에 대비하여 0.82%에 해당한다. 자산 기준의 부자가 상위 0.89%라고 한다면 소득 기준의 부자를 상위 0.82%로 잡아도 무방할 것이다.

2014년에도 소득 기준 부자는 0.33%이므로 자산 기준 부자 0.35%와 비슷한 분포라 할 수 있다. 결국 연봉이 2억원은 넘어야 ‘돈을 잘 버는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 경쟁력 떨어지자 부자 순위도 바뀌었다그러면 이런 소득 기준 부자, 다시 말해 돈을 잘 버는 부자들은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근로자 만 명당 고소득자도 서울이 184명으로 압도적 1위이다. 2위 지역인 경기도(85명)에 비해 두 배 이상인 것이다. 3위는 울산(64명), 4위는 부산(64명), 5위는 대구(53명)이다. 자산 순위 2위인 세종시(49명)는 소득 기준으로는 7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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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고소득자가 적은 하위 5개 지역은 강원(20명), 충북(23명), 전북(23명), 전남(24명), 경북(25명)이다.

그런데 2014년에는 이런 순위가 상당히 달랐었다. 상위 5개 지역은 서울, 울산, 경기, 부산, 경남이었는데, 2021년에는 경기도와 부산이 순위를 한 단계 높인 2위와 3위에 오른 반면, 2위였던 울산은 8위로 추락을 했고, 상위 5위였던 경남은 12위로 7계단이나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도시들의 경기도 침체에 빠져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소득 기준 부자가 2014년 0.33%에서 2021년 0.73%로 0.40%포인트 늘어나는 동안 자산 기준 부자는 같은 기간 0.35%에서 0.82%로 0.4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기준 부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자산 기준 부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잘 버는 부자(소득 기준 부자)보다 돈이 많은 부자(자산 기준 부자)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투자 등 재테크를 통해서 자산을 불리는 부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 중 일부만 돈이 많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굳이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아니더라도 투자 등 재테크를 통해서 일반인들도 부자의 반열에 다가갈 기회가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