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쟁자인 애플도 진입하지 않았던 폴더블폰을 주력으로 삼은 배경에는 노 사장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여 년 가까이 무선사업부(현 MX사업부)에서 제품개발을 해온 삼성맨이다. 갤럭시S 이후 모든 플래그십 모델 개발에 참여했고 승진 때마다 ‘최연소 상무’,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가장 먼저 내놨던 폴더블폰은 양옆으로 접는 ‘갤럭시 폴드’였다. 노 사장은 당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200만원대의 ‘접는 스마트폰’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노 사장이 위아래로 접는 ‘갤럭시 Z플립’을 내놓으면서 폴더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2019~2023년)이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갤럭시 Z플립 시리즈에 기술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오랜 ‘약점’이었던 1020세대의 수요와 관심이 갤럭시 Z플립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 이에 힘입어 노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3대 중 1대는 폴더블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 사장 취임 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매출은 2020년 매출 99조5500억원에서 2021년 109조4800억원, 2022년 115조4300억원으로 지속적 성장했다. 올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였음에도 매 분기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했다.
올해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은 실적을 유지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와 하반기 갤럭시 Z플립5 등 프리미엄 신모델을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한 결과다.
시장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만 42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6개국 적은 숫자지만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 새롭게 1위에 올랐고 유럽 시장에서는 선두 자리를 지켰다.
노 사장의 다음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4를 ‘세계 최초의 AI 폰’이라고 정의했다. 갤럭시 S24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 하이브리드 AI 구현을 위한 ‘갤럭시 AI’, AI 성능 강화를 위한 ‘엑시노스 2400’ 칩 등이 장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미리 공개한 기능은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다.
갤럭시 AI 폰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모국어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면 별도의 외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갤럭시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S24의 모든 기능이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소비심리가 안정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플래그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 부활을 발판 삼아 플래그십 출하량은 두 자릿수 이상 늘리고 시장을 상회하는 매출을 낼 계획이다.
‘폴더블 시대’를 개척한 노 사장이 ‘AI 폰’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가 내년의 관전 포인트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