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착수 기준 ‘노후도’로 일원화, 재건축 ‘안전진단’ 장벽 사라지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사업지연 문제 지적, 소규모 정비사업 지원 계획도 밝혀
이는 최근 공사비 인상과 추가분담금 상승 등으로 조합과 조합원,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을 방문한 뒤 현장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도심에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 사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랑구 노후 주택가 일대는 약 20년 전 서울시 뉴타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으나, 박원순 전 시장 임기 당시 해당 사업이 해제됐다. 곧 신규 빌라들이 들어서며 재개발이 어려워졌고 일부 부지에서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저층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모아 하나로 묶어 신속 정비하는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기존 재개발 방식보다 사업 기한도 절반 가까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주거지를 둘러본 윤 대통령은 “이제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주택을 편안하고 안전한 주택으로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면서 “새 집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갈 것이 아니라 직장 가까운 도시 내에 집을 구해 살 수 있도록 생활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실수요가 집중된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받아 이를 통해서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가 있다”며 “이렇게 되다 보니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를 바라는 그런 웃지 못할 상황이 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은 안전진단 D등급 이하, 재개발은 노후도와 호수밀도, 접도율 등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할 것 같다”면서 도시정비사업 추진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한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나올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모아타운 현장에서 “아마 3~4년 지나면 (신규 주택이) 집중적으로 공급이 되기 시작될 테지만 올해와 내년이 보릿고개”라면서 “지난 시장님 때 인허가 된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가 건설 원가가 너무 올라 올해와 내년은 공급되는 게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렇게 모아타운 같은 걸 통해서 계속 집을 지어줘야, 아파트도 짓고 해서 공급이 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과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여건을 개선하고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모아타운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후보지를 적극 발굴하고, 정비사업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갈등 코디네이터 파견,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세입자 갈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재정 지원과 이주비 융자를 확대해서 국민들의 거주 환경을 속도감 있게 개선하고, 정부는 국민이 각종 규제를 합리화해서 근본적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얼마 전 상계주공5단지가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고 추가분담금 문제로 지연되는 현장이 생기는 등 주택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도심에 주택을 공급해야 할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움직임이 조금 늦은 감은 있으나 그동안 주택공급과 사유재산 활용을 막았던 비합리적 규제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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