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흥행’ 낳은 상품 기획력 화제
연회비·충성고객 바탕으로 팬데믹·불황에도 매출 성장 지속

미국 코스트코 매장 모습. 사진=코스트코 홀세일
미국 코스트코 매장 모습. 사진=코스트코 홀세일
2023년 12월 미국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코스트코의 골드바 판매였다.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리처드 갈란티가 12월 14일(현지 시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11월 끝난 회계연도 1분기에 골드바를 1억 달러(약 1300억원)어치 넘게 판매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갈란티는 2023년 9월 코스트코 웹사이트에 1온스짜리 골드바 상품을 올리자 몇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골드바를 판매하는 기획력 자체가 코스트코의 힘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를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소매업체가 거시경제 리스크의 솔루션을 상품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코스트코는 골드바뿐 아니라 식음료, 잡화 등 다른 부문에서도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민들의 초과저축이 줄어들고 신용카드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침체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서도 코스트코의 높은 매출 증가율은 꾸준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찰리 멍거가 사랑한 기업
최근 세상을 떠난 투자자 찰리 멍거는 1997년부터 코스트코의 이사로 활동했다. 벅셔 해서웨이가 2020년 코스트코 주식을 내다 팔 때도 멍거는 개인적으로 19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멍거는 단짝인 워런 버핏에게 코스트코 주식을 되사도록 설득하진 못했지만 스스로는 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스트코 주가는 올해 기술주 강세장 속에서도 묵묵히 40% 이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월마트와 타깃 등 경쟁업체 주가를 살펴보면 코스트코의 경쟁력이 눈에 띈다. 2023년 초 141.79달러였던 월마트 주가는 12월 22일 156.65달러에 마감했다. 2023년 들어 약 10.48% 상승한 셈이다. 타깃은 같은 기간 140.04달러에서 140.20달러로 오히려 5.93% 하락했다. 반면 코스트코는 2023년 초 456.50달러에서 12월 22일 671.60달러로 약 47% 올랐다.

미국 식료품업계에서 코스트코의 시장점유율은 월마트(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9% 수준이다. 그럼에도 코스트코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코스트코의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은 약 57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억84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3.31% 불어났다. 순이익은 15억89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5%나 늘었다.

특히 코스트코는 총 67억 달러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 소식을 알리면서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배당은 주당 15달러로 지난 12월 28일 기준 주주를 대상으로 1월 12일 지급될 예정이다. 텔시자문그룹의 조지프 페드먼 애널리스트는 “코스트코는 다른 소매업체들에 비해 매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중상위 소득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에서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충성 고객의 힘
코스트코 매장 카트 모습. 사진=코스트코 홀세일
코스트코 매장 카트 모습. 사진=코스트코 홀세일
이런 견고한 1분기 실적은 유료 회원의 꾸준한 증가 덕분이기도 하다. 해당 분기에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이 7200만 명 늘어 2022년 대비 7.6% 증가율을 보였다. 회원비 수입은 8.2% 증가한 10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갈란티 코스트코 CFO는 “우리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2017년 이후 멤버 가입비를 인상한 적이 없다. 갈란티 CFO는 “아직 회원비 인상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며 “(회원 가입) 갱신율, 가입 및 충성도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트코의 이 같은 회원제 방식은 여러 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우선 연회비 자체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의 운영 자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 연회비의 마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회원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제품 구성과 마케팅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맞춤형 할인 혜택이나 특별 행사 등도 가능하다. 고객 수가 제한되고 이들의 소득 수준이나 소비 패턴이 비슷하다 보니 매장의 효율적인 운영과 고객 서비스도 가능하다.

회원제를 통한 고객의 충성도가 올라간다는 것도 이점이다. 실제 이번 분기에 나타난 코스트코 회원들의 쇼핑 빈도는 전년 동기 대비 전 세계적으로 4.7%, 미국 내에서는 3.6% 증가했다.

회원제 시스템은 회원들이 출입을 금지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도난 가능성이 적다. 최근 월마트와 타깃 등 소매업체들은 좀도둑의 기승으로 전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정도다. 차별화된 상품, 성실한 주주환원 정책
코스트코는 대신 소비자에게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마진율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그 덕에 코스트코 회원이 되면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제한 없이 살 수 있다. 반면 월마트의 제품 마진율은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 기획력도 남다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 등에는 ‘코스트코에서 반드시 사야 할 제품’이라는 검색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가성비’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은 전자제품부터 식료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코스트코의 자체브랜드 커클랜드는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

코스트코의 판매품목(SKU)은 3700개 정도로 경쟁사인 월마트나 타깃보다 훨씬 적다. 월마트는 약 12만~14만 개, 타깃은 약 8만 개로 알려져 있다. 코스트코는 SKU가 상대적으로 적어 재고 회전율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

코스트코는 또 구글이 투자한 의료 스타트업 ‘세사미’와 협업을 통해 회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최근 밝혔다. 의료서비스로는 온라인 1차 진료 29달러, 건강검진(온라인 진료 포함) 72달러, 온라인 정신건강 진료 79달러가 있다. 기타 서비스는 1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주로 보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은 받지 않고 환자가 직접 담당 의사가 책정한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50개 주의 코스트코 회원이 세사미에서 계정을 만들고 코스트코 회원임을 증명하면 가상 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코스트코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수혜 기업이기도 하다. 해당 기간에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큰 팬트리(식료품 저장실)가 있는 교외 주택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스트코를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생필품에 대한 초저가 정책과 충성도 높은 회원층을 바탕으로 탄탄한 매출 증가를 견인해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 몇 년 동안 주주에게 가치를 환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코스트코는 정기 및 특별 배당금을 통해 18년 연속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배당금 외에도 이미 발행된 보통주를 매입해 주주들에게 상당한 가치를 돌려주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분기별 보통주 배당금으로 1.02달러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0.7%의 수익률에 해당한다. 시킹 알파는 “코스트코의 보통주 매입은 자사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