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그대로 재현한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추억은 몽글몽글
하늘과 바다 사이 여수의 향일암에서 다짐하는 새해 소망
순하고 여린 겨울바람 속에서 맞이한 순천과 여수의 풍경은 새해 새 희망을 풍기에 충분한 것. 멀리 아주 멀리에서 날아와 순천만습지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 함지박을 머리에 인 듯 다정한 낙안읍성의 마을, 사랑을 이어줄 듯 화려한 불 밝히고 여수항을 가로지르는 유람선, 곧 새빨간 동백으로 물들 오동도까지. 두 지역의 명장면 8씬을 둘러본다.
시 한 편 쓰고 싶어라
S#1 와온해변
"하도나 좋은 포구 이름 / 누울 와 따스 온 / 갯물은 덮어주고 / 개펄은 품어주고”, “달은 이곳에 와 / 첫 치마폭을 푼다 /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빛이 있다” 와온해변의 무엇에 시인들은 마음 끌림이 있었을까? 앞선 시는 서정춘 시인의 ‘와온의 시’, 뒷 시는 곽재구 시인의 ‘와온 바다’ 일부다. 해거름 녘 순천만 동쪽 끄트머리 와온해변을 찾았다. 광활한 검은 펄에 햇빛이 내려앉아 반짝반짝, 한줄기 바닷길은 길을 안내하듯 곡선을 흘리며 나 있다. 찰방찰방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솔섬에 걸리는 붉은 태양을 어깨너머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짱뚱어와 주민들 삶의 터전은 가슴으로만 담아야지.
전남 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33
내가 기억하는 그 드라마 여기서
S#2 순천드라마촬영장 사랑과 야망, 님은 먼 곳에, 해어화, 살인자의 기억법, 밀수, 제빵왕 김탁구, 파친코, 구미호뎐, 악귀… 이름만 들어도 아! 하게 되는 드라마, 영화들. 무려 81편(2023년 10월 기준)의 작품을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촬영했다. 1960년대 순천 읍내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를 조명한 촬영장은 3만9669.6㎡(1만2000여 평) 규모에 가옥, 약국, 구멍가게, 극장, 실개천 까지 실감 나게 포개어 있다. 부모 세대 교복을 빌려 입고 ‘추억의 고고장’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연인, 순양극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어른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달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순천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쉼 없이 새로운 추억이 촬영된다.
전남 순천시 비례골길 24
잘 쉬었다 가거라.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S#3 순천만습지 진흙을 툴툴 털어내고 머리를 들이민 갈대 새싹이 8월이면 껑충 자라 녹색 물결을 이룬다. 태양빛을 쪽쪽 빨아들인 겨울 갈대는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흑두루미가 북풍 찬바람을 피해 쉴 수 있도록 몸을 세운다. 순천시 대대동·별량면·해룡면 일원에 75㎢ 이상의 해수역, 22.6㎢의 갯벌 면적, 5.4㎢의 갈대 군락으로 이뤄진 순천만습지가 자리한다. 갯벌과 염습지, 갈대 군락 등 자연환경이 우수하여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도 잘 알려졌다. 지난 2006년에는 국내 연 안습지 최최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으며, 2021년에는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순천갯벌이 등재되었다. 겨울의 순천만습지는 흑두루미와 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호아새 등 국제적 희귀조류 25종의 월동 서식지이자 철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성 안의 옛집들 정겨워
S#4 순천 낙안읍성 둥그스름한 4각형의 성안에는 볏집 이엉을 얹은 초가지붕의 가옥들이 모여 있다. 성 위에서 보면 함지박을 머리에 인 듯 마을 전체가 단정하여 포근한 미소가 번진다. 낙안읍성은 그 이름처럼 순천시 낙안면에 자리한 읍성이다.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져 살기 좋았으나 왜구의 침입도 잦아 조선 태조 6년 (1397)에 토성을 쌓아 주민들을 보호한 것이 낙안읍성의 시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1424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돌로 다시 읍성을 쌓고 점차 규모를 넓힌 것을 알 수 있다. 읍성의 길이는 1410m로 주요 길목에 서문, 남문, 동문이 자리해 큰 도로와 연결된다. 성 안팎으로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며, 전통문화 체험과 세시풍속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평촌리 6-4
자랑스러운 여수의 랜드마크
S#5 여수세계박람회장 지난 2012년 여수항 일원에서 우리나라 두 번째 세계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선정 과정부터 운영까지 세계가 주목하는 큰 행사로 엑스포지션(Exposition)의 앞부분을 따 엑스포(EXPO)라고도 부른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스포츠의 장, 엑스포는 인류의 업적을 전시하고 미래상을 제시하는 경제·문화 올림픽이다. 93일간 치러진 여수세계박람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뜨거웠던 현장을 생중계한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오늘날 해양레저관광지로 거듭나 여수의 랜드마크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시설물 중 하나인 빅오는 4~11월 여수 바다를 신비롭게 물들이는 빅오쇼를 개최하고, 주요 시설인 스카이타워 전망대, 아쿠아플라넷, 아르떼 뮤지엄 등에서 특별한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전남 여수시 박람회길1
한려해상 기점이자 종점
S#6 오동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 되는 오동도는 미항 여수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섬 중 하나다. 여수 시내와 섬을 연결하는 763m의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바다 풍경이 오롯이 담겨 좋고, 앙증맞은 동백열차를 타고 섬을 쉽게 오갈 수도 있다. 면적 12만 5620.4㎡(3만8000평)의 섬은 용굴, 소라바위, 병풍바위, 지붕바위 등 기암괴석과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뤄 걷는 맛을 돋운다. 1월에서 3월이면 동백꽃이 피어 섬 전체가 붉게 물들고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어 중앙관청에 진상품으로 보냈다는 시누대숲도 찾아 볼수 있다. 1952년부 터 남해안을 비춘 오동등대와 아이들 웃음소리 머무는 음악분수도 오동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전남 여수시 수정동 산1-11
음악분수 3~10월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 오전10시~오후 8시
첫사랑처럼 아련한, 풋풋한
S#7 여수 밤바다 밤바다와 여수를 묶어 낭만이라는 매듭을 짓는다. 전라남도 동남쪽, 남해안으로 크게 돌출한 여수는 해안선 길이 1005.82km로 한려수도를 완성하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여수는 1읍 6면 20개 동, 48개의 유인도, 317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는데, 그중 돌산읍에 여수시 10경 중 하나인 ‘여수 밤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돌산공원과 ‘향일암’이 속해 있다. 돌산공원 정상부에는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이 자리하며,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여수 밤바다가 들어찬다. 검푸른 바다를 비추는 마을의 불빛, 화려한 조명을 켠 돌산대교, 장군도와 여수항 그리고 낭만에 마침표를 찍듯 바다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차례로 눈에 담긴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3600-1, 돌산공원
바다를 향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
S#8 향일암
돌산읍 끝자락, 바다로 향하는 거북이의 형상을 닮은 금오산 절벽에 향일암이 자리한다. 사찰로 향하는 돌계단이 하늘길처럼 드러나 있고, 귀여운 생김의 돌부처 세 개가 ‘불견, 불문, 불언’, 즉 남의 잘못을 들추는 데 힘쓰지 말며, 비방과 칭찬에도 평정을 잃지 말며, 악담은 끝내 내게 돌아오니 삼갈 것을 전한다. BTS의 RM이 이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 핫해진 돌부처를 뒤로하고, 바늘구멍 같은 해탈문을 지나자 바다 꼭대기 아니, 하늘 아래 자리한 향일암이 자태를 드러낸다.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을 지닌 향일암은 그 이름처럼 일출 명소로 유명하며, 원효대사가 수도했던 곳으로‘원효스님 좌선대’라 불리는 널따란 암석이 바다를 향해 놓여 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60
정상미 기자 nabi@hankyung.com
시 한 편 쓰고 싶어라
S#1 와온해변
"하도나 좋은 포구 이름 / 누울 와 따스 온 / 갯물은 덮어주고 / 개펄은 품어주고”, “달은 이곳에 와 / 첫 치마폭을 푼다 /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빛이 있다” 와온해변의 무엇에 시인들은 마음 끌림이 있었을까? 앞선 시는 서정춘 시인의 ‘와온의 시’, 뒷 시는 곽재구 시인의 ‘와온 바다’ 일부다. 해거름 녘 순천만 동쪽 끄트머리 와온해변을 찾았다. 광활한 검은 펄에 햇빛이 내려앉아 반짝반짝, 한줄기 바닷길은 길을 안내하듯 곡선을 흘리며 나 있다. 찰방찰방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솔섬에 걸리는 붉은 태양을 어깨너머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짱뚱어와 주민들 삶의 터전은 가슴으로만 담아야지.
전남 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33
내가 기억하는 그 드라마 여기서
S#2 순천드라마촬영장 사랑과 야망, 님은 먼 곳에, 해어화, 살인자의 기억법, 밀수, 제빵왕 김탁구, 파친코, 구미호뎐, 악귀… 이름만 들어도 아! 하게 되는 드라마, 영화들. 무려 81편(2023년 10월 기준)의 작품을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촬영했다. 1960년대 순천 읍내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를 조명한 촬영장은 3만9669.6㎡(1만2000여 평) 규모에 가옥, 약국, 구멍가게, 극장, 실개천 까지 실감 나게 포개어 있다. 부모 세대 교복을 빌려 입고 ‘추억의 고고장’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연인, 순양극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어른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달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순천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쉼 없이 새로운 추억이 촬영된다.
전남 순천시 비례골길 24
잘 쉬었다 가거라.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
S#3 순천만습지 진흙을 툴툴 털어내고 머리를 들이민 갈대 새싹이 8월이면 껑충 자라 녹색 물결을 이룬다. 태양빛을 쪽쪽 빨아들인 겨울 갈대는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흑두루미가 북풍 찬바람을 피해 쉴 수 있도록 몸을 세운다. 순천시 대대동·별량면·해룡면 일원에 75㎢ 이상의 해수역, 22.6㎢의 갯벌 면적, 5.4㎢의 갈대 군락으로 이뤄진 순천만습지가 자리한다. 갯벌과 염습지, 갈대 군락 등 자연환경이 우수하여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도 잘 알려졌다. 지난 2006년에는 국내 연 안습지 최최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으며, 2021년에는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순천갯벌이 등재되었다. 겨울의 순천만습지는 흑두루미와 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호아새 등 국제적 희귀조류 25종의 월동 서식지이자 철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성 안의 옛집들 정겨워
S#4 순천 낙안읍성 둥그스름한 4각형의 성안에는 볏집 이엉을 얹은 초가지붕의 가옥들이 모여 있다. 성 위에서 보면 함지박을 머리에 인 듯 마을 전체가 단정하여 포근한 미소가 번진다. 낙안읍성은 그 이름처럼 순천시 낙안면에 자리한 읍성이다.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져 살기 좋았으나 왜구의 침입도 잦아 조선 태조 6년 (1397)에 토성을 쌓아 주민들을 보호한 것이 낙안읍성의 시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1424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돌로 다시 읍성을 쌓고 점차 규모를 넓힌 것을 알 수 있다. 읍성의 길이는 1410m로 주요 길목에 서문, 남문, 동문이 자리해 큰 도로와 연결된다. 성 안팎으로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며, 전통문화 체험과 세시풍속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평촌리 6-4
자랑스러운 여수의 랜드마크
S#5 여수세계박람회장 지난 2012년 여수항 일원에서 우리나라 두 번째 세계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선정 과정부터 운영까지 세계가 주목하는 큰 행사로 엑스포지션(Exposition)의 앞부분을 따 엑스포(EXPO)라고도 부른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스포츠의 장, 엑스포는 인류의 업적을 전시하고 미래상을 제시하는 경제·문화 올림픽이다. 93일간 치러진 여수세계박람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뜨거웠던 현장을 생중계한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오늘날 해양레저관광지로 거듭나 여수의 랜드마크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시설물 중 하나인 빅오는 4~11월 여수 바다를 신비롭게 물들이는 빅오쇼를 개최하고, 주요 시설인 스카이타워 전망대, 아쿠아플라넷, 아르떼 뮤지엄 등에서 특별한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전남 여수시 박람회길1
한려해상 기점이자 종점
S#6 오동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 되는 오동도는 미항 여수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섬 중 하나다. 여수 시내와 섬을 연결하는 763m의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바다 풍경이 오롯이 담겨 좋고, 앙증맞은 동백열차를 타고 섬을 쉽게 오갈 수도 있다. 면적 12만 5620.4㎡(3만8000평)의 섬은 용굴, 소라바위, 병풍바위, 지붕바위 등 기암괴석과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뤄 걷는 맛을 돋운다. 1월에서 3월이면 동백꽃이 피어 섬 전체가 붉게 물들고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어 중앙관청에 진상품으로 보냈다는 시누대숲도 찾아 볼수 있다. 1952년부 터 남해안을 비춘 오동등대와 아이들 웃음소리 머무는 음악분수도 오동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전남 여수시 수정동 산1-11
음악분수 3~10월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 오전10시~오후 8시
첫사랑처럼 아련한, 풋풋한
S#7 여수 밤바다 밤바다와 여수를 묶어 낭만이라는 매듭을 짓는다. 전라남도 동남쪽, 남해안으로 크게 돌출한 여수는 해안선 길이 1005.82km로 한려수도를 완성하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여수는 1읍 6면 20개 동, 48개의 유인도, 317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는데, 그중 돌산읍에 여수시 10경 중 하나인 ‘여수 밤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돌산공원과 ‘향일암’이 속해 있다. 돌산공원 정상부에는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이 자리하며,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여수 밤바다가 들어찬다. 검푸른 바다를 비추는 마을의 불빛, 화려한 조명을 켠 돌산대교, 장군도와 여수항 그리고 낭만에 마침표를 찍듯 바다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차례로 눈에 담긴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3600-1, 돌산공원
바다를 향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
S#8 향일암
돌산읍 끝자락, 바다로 향하는 거북이의 형상을 닮은 금오산 절벽에 향일암이 자리한다. 사찰로 향하는 돌계단이 하늘길처럼 드러나 있고, 귀여운 생김의 돌부처 세 개가 ‘불견, 불문, 불언’, 즉 남의 잘못을 들추는 데 힘쓰지 말며, 비방과 칭찬에도 평정을 잃지 말며, 악담은 끝내 내게 돌아오니 삼갈 것을 전한다. BTS의 RM이 이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 핫해진 돌부처를 뒤로하고, 바늘구멍 같은 해탈문을 지나자 바다 꼭대기 아니, 하늘 아래 자리한 향일암이 자태를 드러낸다.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을 지닌 향일암은 그 이름처럼 일출 명소로 유명하며, 원효대사가 수도했던 곳으로‘원효스님 좌선대’라 불리는 널따란 암석이 바다를 향해 놓여 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60
정상미 기자 na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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