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신규 출점 등 오프라인 투자 강화
명품, 제품 수요 줄어들고 리셀 시장 확대…경험의 럭셔리도 관심
면세, 중국인 단체관광 살아날 전망…항공료가 문제
뷰티, 올해 이어 내년에도 '웰니스' 관심 커질 듯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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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유통업계는 격동의 해를 보냈다. 쿠팡이 신세계를 뛰어넘으며 업계 1위가 바뀌었고,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수혜가 끝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의 터줏대감인 롯데면세점이 입찰에서 탈락, 22년 만에 인천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변이 생겼다. 뷰티업계는 실내 노마스크 결정으로 색조 판매가 늘어나면서 매출 회복세에 돌입한 해였다.

올해도 유통업계는 역동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대형마트는 그간 멈췄던 오프라인에 다시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마트는 쿠팡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규 출점을 재개한다. 명품 시장은 고가 상품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리셀(재판매)’와 ‘경험의 럭셔리’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본격적으로 재개될 단체관광에 집중할 계획이다. 뷰티업계의 화두는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웰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할인점, 멈췄던 ‘본업’ 재시동우선 대형마트를 포함한 할인점에서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신규 점포’ 전략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포를 매각하고, 신규 출점을 중단했다. 하지만 2024년 다시 신규 출점을 재개하며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2023년 단 한 곳의 점포도 새로 열지 않았다. 이마트가 마지막으로 문을 연 신규 점포는 2021년 전주에코시티점이었으며, 롯데마트는 2019년 8월 롯데몰 수지점 내 롯데마트가 마지막이었다.

이들 업계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제로 출점’ 기조를 이어왔다. 10명 이상의 집합이 금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대형마트 운영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대규모 영업장 방문을 기피하면서 방문객이 급감, 출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여기에 2019년부터 시작된 이커머스의 성장세로 대형마트의 매출 역성장도 시작됐다.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 매각, 온라인 강화’ 전략을 펴면서 신규 점포에 투자할 비용을 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전략이 달라진다. 이마트는 3년 만에 신규 출점에 시동을 건다. 2023년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수장이 된 한채양 대표는 2024년에는 점포의 외형 성장에 집중하겠고 밝혔다. 한 대표는 “한동안 중단했던 이마트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며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부지를 확보해 빠른 시간 내에 신규 출점을 재개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에 추진해 온 중동점, 문현점 등의 매각도 중단했다.

롯데마트도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2024 롯데마트&롯데슈퍼 파트너스 데이’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으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식품 매장 중심의 리뉴얼과 동시에 점포 출점도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롯데쇼핑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는 할인점 사업에 2023년(587억원) 대비 377억원 늘어난 96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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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리셀’과 ‘경험의 럭셔리’ 뜬다명품업계의 변화도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2023년 성장세가 둔화된 데 이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샤넬의 패션 부문 대표(CEO)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2024년은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모든 곳, 모든 국가의 경제가 어렵다. 명품도 보호 대상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수정구슬은 없지만 2023년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명품도 영구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이 이어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명품’보다 ‘명품 리셀(재판매)’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명품 시장은 전년 대비 2~4%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2023년 시장 전망에서 최대 10% 매출 증가를 내다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데이터 기반 솔루션 제공업체 세지드는 이로 인해 명품 리셀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세지드는 “더 많은 브랜드가 중고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2024년에는 명품 재판매 붐이 일어날 것이다. 상위 1%는 계속해서 명품을 구매하겠지만 다른 계층은 구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 시장 둔화와 별개로 중고 명품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30년 명품 매출이 전체 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는 5~7% 수준에 불과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고 구매자의 70%는 빈티지 제품을 통해 명품을 처음 접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는 새로운 유형의 럭셔리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경험의 럭셔리’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사회 상호작용과 여행의 부활로 인해 ‘경험’에 대한 지출이 역사적 최고치를 회복했다”며 “소비자들은 제품을 넘어 그 이상의 럭셔리에 다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험의 럭셔리’는 여행, 숙박, 크루즈와 같은 럭셔리 카테고리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맥킨지는 “2024년 소비자들은 휴가 모드에 돌입한다”며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가장 큰 규모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와 소매업체는 새로운 현실을 반영해 유통 카테고리 전략을 새로 고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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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싼커’보다는 ‘유커’면세업계에서 2023년 가장 큰 이슈는 ‘입찰’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년간 미뤄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입찰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이 22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며 6월 말 사업장을 철수했다.

올해는 1월 시작될 김포국제공항 입찰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4개 면세 사업자 모두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입국 여부’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23년 8월 10일 한국을 포함한 78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했다. 특히 한국에 대한 규제완화는 사드(THAAD) 이후 6년 만으로, 업계에서는 2023년 하반기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유류할증료 상승 등의 영향으로 왕복 항공료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올랐고, 물가상승에 따라 국내 숙박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국 현지에서 단체관광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싼커(개별 관광객) 역시 중국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서 면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항공편이 늘어나면 본격적인 단체관광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이 풀렸지만 항공료와 숙박비 등의 부담으로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며 “항공 노선이 늘어나면 비용 부담이 줄기 때문에 단체관광 수요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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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웰니스’ 중심의 시장뷰티업계는 올해도 웰니스(Wellness,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던 이너뷰티(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 슬로 에이징(천천히 나이 들기), 비건뷰티(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 등이 모두 웰니스에 해당한다.

2023년 10월 미국 유명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굽(GOOP)’에서 40달러 미만의 클린 뷰티(유해성분을 배제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화장품) 제품을 론칭한 것도 웰니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굽은 비교적 고가의 향초, 페이스 오일 등을 판매해왔지만 최근 저가의 데일리 뷰티 제품을 선보이며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제품의 슬로건은 ‘굿, 클린, 굽 뷰티’로 성분에 신경을 쓴 게 특징이다. 굽은 뷰티 제품을 설명하는 홈페이지에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명시하며 웰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뷰티 전문 매체 코스메틱비즈니스는 “2024년부터 대규모 뷰티 회사들이 웰니스 라인에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 수요를 기반으로 타깃과 같은 대형 소매점에서도 웰니스 라인의 진열대를 더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