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회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결정하는 리더들의 ‘안전 눈높이’[이준희의 경영 전략]
“안전은 인간 본성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버지니아공대 심리학 교수이자 미국 행동심리학자인 스콧 겔러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안전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안전은 사회적으로 인간 존엄의 권리를 지켜주며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모든 직원들을 매일 건강하게 가족 곁으로 보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재난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의 저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Devil Never Sleeps)’에서 재난과 재앙, 위기라는 악마는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일상화된 재난과 사고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처럼 이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에 있어 안전관리는 더 이상 사업장 및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닌 모든 부서가 안전에 대한 목표와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법과 시스템이 강화됐으나 한국 기업에서의 사망사고 감소는 8년째 정체되고 있다.

법과 규제 이상의 안전관리에 대한 세계적 흐름으로는 법 강화의 한계점 인식을 바탕으로 기업 자율안전관리문화 구축 강화와 문화 정착을 위한 안전리더십이, 특히 세대 차이 극복과 안전 승계 전략과 실행 등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최근 발생한 안전에서의 큰 변화 중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새로운 목표와 변화의 핵심을 요약하면 자율안전, 안전문화, 위험성 평가 등이다. 안전에 대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려면 기업 내 안전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까지의 시설관리와 작업환경 개선 중심의 ‘기술 안전 시대’, 1990년부터 시작된 불안전 행동과 상태 관리 중심의 ‘휴먼 에러 관리 시대’, 1995년부터 강조된 안전관리 상향 평준화(프로세스·시스템·데이터) 중심의 ‘시스템 관리 시대’였다. 2000년대 와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 변화 중심의 ‘안전문화 시대’에 맞는 안전관리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을 위한 리더의 역할과 안전리더십 강화를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알아보자.

첫째, 강력한 원칙 수립과 지지 표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수립하고 원칙의 실행을 위한 지지와 점검을 표현해야 한다.

글로벌 알루미늄 회사인 알코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폴 오닐은 1987년부터 2000년까지 13년간 재임하면서 재해율(LWD: Lost Work Day·재해로 인한 손실일)은 1987년부터 1.9일, 2000년 0.2일까지 하락, 이후 2012년에는 0.12일로 무재해 수준까지 내려갔다.

폴 오닐의 강력한 원칙은 “일터에서 안전은 숨쉬기와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한 나의 역할은 모든 구성원이 안전을 전제로 일할 수 있도록 안전가치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사고는 여러 차원의 ‘방호벽’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하나라도 타협하지 않는 방호벽을 세워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업 내 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호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칙의 실행을 위한 리더의 지지와 점검을 표현해야 한다. 작업중단 같은 안전관리활동이 실행될 수 있도록 리더의 지원과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작업중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는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산업 리더인 벡텔은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누구나 위험을 인지하면 작업중단을 요청할 수 있으며 리더들은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고 향후 유사 사항으로 인한 작업중지를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리더의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전기 건설 서비스 전문회사인 로젠딘 일렉트릭은 누구나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상황 발견 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 카드’를 사용 가능하며 작업중지 카드엔 CEO의 서명이 담겨 있다.

이런 리더의 강력한 원칙 수립과 이에 대한 지지와 표현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2020년 약 26만 근무시간 동안 사고 0건을 기록, 2021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톱10’으로 선정됐다.

둘째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무재해를 위한 과정과 행동을 관리하고 관리자 계층별 안전 리더십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면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과정을 세분화해 관리했다. 각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과정을 세분화하고 이를 성취하는 방식이다. 리더의 역할 규정이 필요해안전에서도 하루하루 목표 과정을 관리하고 작업자의 불안전행동 관리와 제거, 지속적인 안전문화 변화를 통해 안전 성과와 재해율과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다. ‘안전 과정 관리(Leading Indicator)’와 ‘결과 관리(Lagging Indicator)’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한 해외 정유회사의 경우 리더의 안전 행동 수준이 33.4% 증가 시 작업자 행동 수준은 32.9% 증가, 현장 안전사고비율은 –36%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리더십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시스템과 작업자 위주로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나 영향을 미치는 리더 관리 미비, 리더의 솔선수범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명확한 안전리더십 행동 기준 부재, 그리고 안전 성과관리 시스템은 구축하고 있으나 안전리더십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것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안전을 위한 리더의 역할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경영진 리스크 대응, 관리자의 위험요인 인식, 전 구성원의 안전 마인드 함양에서 구체적인 계층별 안전리더십과 행동 기준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글로벌 정유 회사인 셰브론에서는 임원에서부터 현장 관리자까지 자신의 직책에 걸맞은 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조직을 시작으로 안전 경영에 요구되는 관리자 계층별 안전리더십 기준을 수립하고 계층별 핵심 안전리더십 행동 도출 활동을 통해 정기적으로 검토, 리뷰 및 실행하는 체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셋째는 구성원 참여 촉진이다. 안전에 대한 목적의식을 고취하고 구성원의 안전활동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

미국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의 자전거 경주 분석 결과 혼자 달릴 때보다 함께 달리면 1마일당 35초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참여를 통한 사회적 촉진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동료와 함께한다면 안전문화 형성이 촉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한 마음을 움직이고 성취를 만들어내는 일의 작동원리를 고민해야 한다.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안전을 위해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와 ‘방법(How)’을 설명하는 것보다 ‘왜(Why)’ 안전을 위해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소통하고 생각하게 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장점검 결과에 대한 리더의 피드백 퀄리티가 높으면 높을수록 불안전 행동을 감소시키고 안정 행동을 증가하는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지지적인 리더에게서 적극적이고 정확한 현장점검 수행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안전대화 중요성 관점에서도 리더들은 안전하게 작업하는 구성원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소통 통해 스스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도록 코칭해야 한다.

이준희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