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인사이트]
2023년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게임 산업은 한국과 글로벌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작들의 출시와 역사적인 판매량들이 등장하며 글로벌 개발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한국 개발사들은 신작 흥행 성과가 저조하고 한국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며 하락세가 지속됐다.

2024년에는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내는 기업이 글로벌 트렌드 파악 능력을 증명하며 실적 성장과 멀티플 리레이팅을 나타낼 전망이다. 중국, 게임 규제 초안 발표게임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 중국의 규제안일 것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은 지난 12월 22일 온라인게임 관련 규제 초안을 발표했고, 이에 중국 주요 개발사인 텐센트와 넷이즈의 주가는 각각 –13.5%, -26.8% 하락했다.

이번 규제 초안에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관련 내용이 많이 포함됐는데,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로 판단한다. 또한 미성년자들의 게임 플레이 관련 규제는 이전과 같이 강한 기조가 유지되어 게임 산업 내에서도 미성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지속됐다. 발표 초안 중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미니 박스)
- 일일 로그인 보상, 최초 충전 보너스, 연속 충전 보상 등 과금 유도 상품 제한
- 투기 및 경매 형태의 게임 아이템 유저 간 거래 금지, 법정통화 환전 금지
- 과한 소비에 대한 경고 팝업을 통한 고지
- 유저 간 강제 전투 금지

중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 개발사들 중 유의미한 중국 매출 비중이 있는 크래프톤, 위메이드, 웹젠, 조이시티, 그리고 12월 28일 ‘쿠키런: 킹덤’의 중국 출시를 앞둔 데브시스터즈의 주가가 급락했다. 신규 규제로 인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무적 성과가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이후 중국 국가신문출판국은 지난 12월 23일 저녁 새로운 공지를 통해 전날 발표한 규제 내용은 온라인게임 산업의 번영발전과 업체 진입 장려를 위한 의도라 해명했다. 또한 업계에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17조항(강제 전투 금지)과 18조항(일일 로그인 보상 등 정기적인 접속 및 과금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성년자에 대한 규제 내용은 총 8개 조항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내용은 △게임 가능 시간을 통제하고 소비 가능 금액도 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미성년자 후원 금지 △확률형 아이템 제한 및 실명제 실시 등이다.

중국 내에서는 미성년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의 게임에 과도한 현금 지출 및 차명 계정 사용이 사회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전부터 실시했던 게임 시간 제한 및 이번 규제 내용은 특히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 해결책으로 보이며, 성인들이 주요 과금 유저층인 기존 게임들에서는 수년간 과금 강도를 낮춰왔기 때문에 당장 기존작들의 BM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규제 초안을 발표한 지난 12월 22일에는 외자판호 40건, 25일에는 105건의 내자판호가 발급됐다. 외자판호 중 국산 게임으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 위메이드의 ‘미르M(모광쌍용)’,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X’가 포함되었으며 내자판호에는 텐센트, 넷이즈를 비롯한 대형 주요 개발사들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이는 2019년 이후 중국 정부가 진행한 탄압에 가까웠던 규제 기조와는 다른 모습인데, 당시 규제에서는 판호 발급 자체를 중단해 ‘신작’이라는 게임사들의 먹거리를 빼앗았고 BM 강도가 약화하면서 게임사 실적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BM 구조 중심의 규제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항들(제4장 37~44조), 동시에 수년 내 최다 수준의 내자판호 발급을 고려했을 때 게임 콘텐츠나 산업 자체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가진 행보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텐센트나 넷이즈 규모부터 중소형 개발사 신작이 신규 판호에 다수 포함됐다는 것은 결국 근 3년간 어려워진 중국 게임 업계를 다시 진흥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이례적으로 규제 초안에 대한 우려에 국가신문출판국 측이 업계 의견을 수렴해 수정하겠다는 공지를 빠르게 올린 것도 과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제 초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두 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합리적인 확률을 설정해야 하고, 게임 내 재화로 동일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 제공 △(미성년자 대상) 확률형 아이템 서비스 금지다.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모든 게임에서 금지한 것이 아니고, 최근 출시되는 게임이나 과거 3~4년간 규제 환경에서 서비스되었던 작품들은 점진적으로 BM의 강도를 낮춰왔다. 따라서 이번 초안의 규제 조항으로 인해 수집형 RPG 장르들의 BM 강도가 기존보다 대폭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며, 과금 강도를 낮추면서도 아이템 다양화를 통해 수익성 훼손을 막을 수 있어 보인다.

그중 12월 28일 출시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은 대표적인 캐주얼 수집형 RPG 장르인데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지역색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보여줘 중국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기대된다. 지난 12월 22일의 주가 급락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게임 산업 현황상 처음부터 강한 BM이 계획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출시 초반부터 오리지널 빌드보다 더 큰 볼륨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빌드와 맞춰나갈 것으로 예상해 다수 캐릭터 등장과 빠른 스토리 진행이 이를 충분히 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서브컬처와 캐주얼 수집형 RPG 외 모바일 MMORPG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르들 중 유저 객단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금 금액 제한 및 아이템 거래 행위 금지는 재무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한 우려 속에서 발견한 매수 기회
조이시티 '프리스타일2'. 사진=조이시티
조이시티 '프리스타일2'. 사진=조이시티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게임 중 ‘PUBG’와 ‘프리스타일’ 두 게임은 의미 있는 실적 기여를 하면서도 비교적 과금 강도가 낮은 BM을 보유하고 있어 규제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둘 모두 스킨 아이템 판매 중심의 수익이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의 BM 강도 조정이나 소비 가능 금액 제한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편 두 개발사 모두 2024년 상반기 유의미한 신작을 통해 성장을 앞두고 있는데,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 조이시티는 ‘스타시드’와 ‘디즈니 IP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매크로 환경의 개선으로 게임 기업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 여러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번 중국 규제 이슈로 인한 과도한 주가 하락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구간에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