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스윙스테이트’에 달렸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16위 회사다. 3조2000억원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태영건설만이 아니다. 2023년 9월 말 전체 부동산 PF 대출은 134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2.42%가 연체상태다. 언제 ‘제2의 태영’이 불거질지 모른다.

부동산 PF만이 아니다. 새해 복병은 많다.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도 변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기조적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생활물가의 뜀박질은 계속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호재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 여전히 진행형인 두 개의 전쟁 등 해외변수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미국 대통령선거다.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다. 76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이란과 러시아 대선(3월), 한국 총선(4월), 인도 총선(5월), 멕시코 대선(6월) 등이 이어진다. 11월 5일엔 세계 유일 강대국인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미국 대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법률 리스크에 시달리면서도 공화당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국 단위 27회 여론조사에서 평균 46.6%의 지지율로 조 바이든 대통령(44.4%)을 앞섰다. 특히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불리는 6개 주 중 5개 주에서도 우세를 보였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승리한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다. 그러다 보니 공화당 지지주(red state)와 민주당 지지주(blue state)가 어느 정도 고착화돼 있다. 이와 달리 선거 때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곳이 스윙스테이트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등 6개 주다.

이곳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77명. 전체(538명)의 14%에 불과하지만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이곳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2020년엔 6개 주 모두에서 바이든에게 져 대통령 자리를 내줬다. 최근엔 스윙스테이트에서도 우세를 보이고 있어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틀이 송두리째 흔들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자다. 집권할 경우 관세를 10%(현재 3%)로 올릴 것이라고 호언한다. 또 모든 필수품의 중국 수입을 4년에 걸쳐 중단하겠다고 한다. 현실화되면 세계경제는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에 동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백지화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을 하루아침에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경제 기조를 바꿀수 있는 변수다. 미국 대선은 1월 15일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글로벌 경제는 1년 내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유권자 5000만여 명의 6개 스윙스테이트의 선택에 달렸다. 얼굴도 모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와 글로벌 경제의 방향이 결정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새해 아침이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