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엑스는 2023년 8월 말 국내 최초의 상업용 플러스 제로에너지 빌딩을 준공했다. 직접 지속가능 건축 분야의 선도 사례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경기 고양시 향동동에 지은 ‘에너지엑스 DY 빌딩’은 에너지 자립률 121.7%로, 건물 내 에너지 소비량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더 많다. 에너지엑스 DY 빌딩에서 생산된 전기는 건물에서 자가 소비되며, 입주사들은 사용량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는 입주사를 모집 중이며,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무상 공급하고 있다.
플러스 제로에너지 빌딩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엑스는 다양한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활용했다. 홍두화 에너지엑스 공동대표는 “기존 고객사에 제안하거나 현장에서 시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스템(BIPV) 기술을 투입했다”며 “설계 단계부터 태양광을 잘 받을 수 있는 건물 구조로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친환경성을 반영해 금융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상업용 플러스 에너지 빌딩은 국내 최초 사례이기에 연구 측면의 가치도 있다”며 “에너지 관리에 따라 건물의 효율 자체가 달라지기에 에너지엑스 DY빌딩은 운영 방법 등에 대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엑스는 그 밖에도 오비맥주, 대덕전자, 해운대 LCT 등 크고 작은 RE100(재생에너지 100%), ZEB 건축에 참여해 솔루션을 공급했다.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건물
에너지엑스는 처음에는 태양광발전 사업자와 사업주,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를 연결하고 여기에 자금조달을 위한 크라우드펀딩까지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이후 태양광 개발과 관련한 무분별한 환경 훼손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건축물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이와 함께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건축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다.
에너지엑스는 건물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 대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건물이 스스로 생산하는 기술을 적용한다”며 “동시에 건축물이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과 고효율 설비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엑스가 건물의 소비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에너지 효율화 기술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전통적 건축 기술에 해당하는 패시브 기술로 고성능 단열, 기밀 등을 통해 내부 에너지 손실을 적게 하는 것이다. 즉 건축 기술을 활용해 건물이 써야 하는 에너지양을 줄이는 방법이다. 둘째는 액티브 기술로 현대적 건축물에 필수로 포함되는 냉난방, 온수 급탕, 조명, 환기 등이 보다 적은 에너지로 쾌적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설비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를 건물이 직접 생산하도록 하는 것도 액티브 기술에 속한다.
홍 대표는 “에너지엑스는 친환경 건축 및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종합해 부지에 적합한 최적의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며 “BIPV 같은 핵심 기술은 직접 엔지니어링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엑스는 특히 친환경 건축 기술 중에서도 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장에 주목했다. 에너지엑스는 2021년 말부터 건물 일체형 태양광 분야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건물 일체형 태양광은 국내 도입 단계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ZEB가 아니지만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춰야 하는 신축 건물에 일체형 태양광이 많이 사용된다. 홍 대표는 “고층 건물의 경우 층이 높아지면 그만큼 사용 에너지가 늘어나는데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옥상 면적은 제한적”이라며 “벽면 일체형 태양광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 일반적으로 보는 태양광 패널과 달리 외장재 역할을 하는 유리 소재에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어 언뜻 보면 태양광 패널로 느끼지 못할 정도”라며 “아직은 이를 모르는 건축사무소가 많아 에너지엑스가 효율과 디자인, 내구성 등 원하는 BIPV에 적합한 시공 방법을 컨설팅하고 설계 변경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술 검토부터 운영 관리까지 원스톱 제공
친환경 건축물을 지으려면 설계 등 공사 시작 전 단계부터 에너지와 관련한 전문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친환경 건축 경험이 있는 건축사무소가 많지 않다. 에너지엑스는 건축주에게 친환경 건축과 관련한 기술 검토부터 시공, 운영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관리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친환경 건축물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모니터링하고, 현장 데이터를 확보해 AI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홍 대표는 “건축 분야는 AI 도입이 다른 업계에 비해 조금 늦은 편”이라며 “그동안 데이터에 수요가 크지 않은 분야였기에 대부분의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 있는 실제 데이터가 쌓이면 효율적 건물 운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건물 설계 단계에서도 에너지 사용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부터는 IT 플랫폼 서비스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홍 대표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해 적극적 기술 투자와 인력 보강을 해왔기에 올해부터 그 결실이 나타날 것”이라며 “건축주 대상 서비스와 기술 공급뿐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건축사무소나 시공사, 건설사 등에 도움 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엑스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관련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홍 대표는 “대형 건축물은 BEMS가 도입돼 에너지 절감과 비용 절감을 이뤄낸 사례도 많지만 중형 이하 건축물은 전문 운영 인력이 없어 BEMS를 설치하고도 실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러한 시장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운영 인력을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 친환경 건축물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 홍 대표는 “특히 건축 프로젝트의 투자 대비 효용과 경제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ESG나 친환경 가치를 수치로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제도적으로 관련 의무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에너지엑스도 이에 발맞춰 준비 중이지만 갑작스럽게 정책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하지만 시기나 속도가 문제일 뿐 건축 분야에서도 2050 탄소중립을 향한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은 2018년부터 신축 공공건물에 대해 ZEB 의무화 정책을 시작했으며, 2020년부터는 민간까지 의무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축 공공건물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ZEB 단계적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연면적 500m² 이상 공공건축물과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임대 공동주택에 ZEB 인증 의무가 적용된다. 정부는 2024년에는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 2025년에는 연면적 1000m² 이상 민간 건축물까지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2050년에는 모든 건축물에 ZEB 의무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엑스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와 ‘지속가능한 건축의 중심이 되는 IT 생태계를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홍 대표는 “건축과 에너지, 현장 기술과 IT 기술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성이 접목돼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며 “새로 건물을 짓거나 건물의 에너지 효율에 대해 고민할 때 누구나 에너지엑스를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에너지엑스는 국내 1위 건축 플랫폼이자 에너지 효율화 기술 기업으로 불린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700여 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들의 총 건축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2023년 1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쳤으며,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315억원이다. 시리즈 B 투자에는 신한캐피탈에서 운용 중인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 투자펀드와 신한자산운용, 웰컴벤처스, VTI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 유니콘’에 선정되었으며, 2023년 6월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2023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50’에 뽑히기도 했다. 유럽, 일본 등 해외에도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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