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 속 후추위 전원 입건
자질·공정성 논란 불거져
사상 초유의 수장 공백 사태 빚은 'KT 사태' 재현 우려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사옥. 사진=연합뉴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던 포스코그룹이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며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이 포스코그룹의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 관련해 직접 나서 수사에 나섰다. 조만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수서경찰서는 최근 최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이사회 멤버 12명, 포스코홀딩스 임원 4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배임 또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해 왔다.

후추위 멤버 7명 전원이 이번에 입건된 사외이사들이다. 후추위에는 대학교수도 포함돼 있어 일부 사외이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2023년 8월 6∼12일 캐나다에서 열린 해외 이사회에 참석한 이들이 쓴 7억원가량의 비용 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고발 접수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23년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 7일간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식비, 현지 전세기 이용, 골프비 등으로 약 6억8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썼다. 회의는 단 하루만 열렸는데, 1박에 100만원이 넘는 숙박비에, 식비로만 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억7000만원에 달하는 전세헬기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용을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집행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캐나다 현지 자회사 포스칸이 나눠서 집행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경찰은 고발장을 낸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측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 시민단체가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후추위에 들어가는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로비가 이뤄진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차기 포스코 회장 선출을 주도하는 후추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KT 사태 때처럼 후추위 위원들이 전원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때까지 경영 공백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는 2023년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을 두고 내홍을 겪다가 사외이사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한 뒤 새로운 수장 선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KT는 CEO 선임 절차를 둘러싼 진통으로 신임 대표 내정자가 사퇴하고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약 8개월동안 경영 공백 사태를 겪어야 했다.

후추위는 지난 12일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포스코그룹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엄정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에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도 있다"며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더욱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