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홍해긴장 리스크 못 피해…전기차 수요 전망도 악화
자율주행차 기대감에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목해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소재  웨스트홀 역에 테슬라 모델이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소재 웨스트홀 역에 테슬라 모델이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67% 내린 218.89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 248.48달러에 한 해를 마무리한 뒤 새해에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까지 올해 9거래일간 11.91%나 하락했다. 2016년 첫 9거래일 동안 주가가 14%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가격인하·임금인상에 이익률↓
테슬라 주가가 부진한 것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소식이 연이어 나와서다. 테슬라는 12일(현지 시간) 중국 웹사이트에 대표 차종인 모델3의 시작 가격을 종전보다 5.9% 내린 24만5900위안으로, 모델Y는 2.8% 내린 25만8900위안으로 표시했다. 이처럼 제품 가격이 하락하며 테슬라의 이익률도 꾸준히 떨어지는 중이다. 테슬라의 3분기 자동차 매출 총이익률은 16.3%로 전년 동기 27.9%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 있는 자사 생산직 전원에 대한 임금인상을 단행했다고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원래 임금인상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테슬라 내 노조 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테슬라가 임금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UAW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3사와 협상해 약 25% 수준의 성공적인 임금인상 성과를 얻은 뒤 노조가 없는 테슬라와 현대차, 도요타 등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에도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부터 독일 공장 노동자 약 1만1000명의 임금을 4% 인상했다. 물가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12월 1500유로의 보너스도 지급했다. 2월부터 생산직 노동자의 연간 임금을 추가로 2500유로 올려줄 예정이다.

홍해 지역의 긴장으로 물류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테슬라는 홍해 지역에서 발생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탓에 부품이 부족해지면서 독일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1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홍해의 무력 충돌과 함께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향하는 유럽과 아시아 간 수송로 변화가 그륀하이데 공장의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상당히 길어진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틈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2월 12일에는 생산이 완전히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질을 빚은 부품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후티 반군의 공격에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주요 해운사는 선박을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우회해 운항 중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서 북유럽까지 운항에 약 열흘이 더 소요되고 연료비도 약 100만 달러 추가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해 컨테이너선 통행량은 전달보다 31% 감소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선박이 홍해가 아니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평균 7~10일 더 소요된다.

해상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1월 12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06.03으로 두 달 전보다 101% 상승했다. 운송업체들이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연료와 보험 비용이 더 늘었다.

테슬라는 스웨덴 금속노조인 ‘IF메탈’과 단체협약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더 커졌다. 테슬라는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스웨덴 정비소 10곳의 노동자와 단체협약을 거부한 이후 북유럽 전역의 노동계와 공공투자기관으로부터 동시에 압박받는 처지다. 덴마크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펜션덴마크도 “테슬라가 모든 나라에서 단체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투자 제외 목록에 올린다”며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둔화하는 전기차 수요
전 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도 본격화했다.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는 11일(현지 시간) 공시자료를 통해 보유 중인 테슬라 차량을 포함해 전기차 2만 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허츠가 보유한 전기차의 약 3분의 1 규모다.

월가에선 허츠의 이 같은 급격한 변화가 전기차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허츠는 전기차 시장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허츠는 2021년 10월 테슬라 차량 10만 대를 구매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전기차 투자를 발표했다. 2022년 4월에는 스웨덴 전기차업체 폴스타로부터 6만5000대, 9월 제네럴모터스(GM)로부터 17만5000대의 차량을 추가로 구매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회사 차량의 4분의 1을 전기차로 대체해야 한다.

허츠가 경영전략을 급격하게 바꾼 것은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허츠는 미국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짧아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성장동력도 불확실한 상태다. 스피어인베스트먼트의 델레브스카는 “테슬라는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되어 있는 완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만으로 현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비야디 판매량, 테슬라 제쳐
글로벌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업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는 1월 2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3년 4분기 중 차량 48만4507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4분기 전문가 예상 인도량 47만3000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총 180만8581만대를 인도해 2022년보다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연간 인도량이 최소 180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테슬라가 전망치보다 많은 차량을 인도하긴 했지만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 1위를 차지하진 못했다. 작년 4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의 비야디가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쳤기 때문이다. 비야디는 1월 1일 작년 4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52만6409대라고 밝혔다. 비야디의 분기 기준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50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월가에선 여전히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투자운용 대표가 향후 3~4년 내 테슬라의 주가가 80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15일(현지 시간) 미국의 경제 포털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우드는 자율주행차를 감안할 때 테슬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회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드는 테슬라의 목표가를 200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12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218.89달러다. 만약 테슬라의 주가가 2000달러를 찍으면 약 800% 상승하는 것이다. 우드는 2027년까지 테슬라 전체 매출의 47%만 전기차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보택시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드는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자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아크투자운용이 미국 증권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1일 2556만 달러를 들여 테슬라 주식 11만2475주를 사들였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