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 소비 트렌드 분석한 연간 리포트 공개
삶이 팍팍할수록 잘 팔리는 게 있습니다. '스몰 럭셔리'라도 하는 제품인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할 정도의 사치를 보여주면서도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돼 심리적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나쁠 때도 '한 번은' 혹은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이런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경기 불황이 심각한 데도 립스틱 매출은 올랐는데요. 경제학자들은 저가의 타깃 상품은 어려울 때도 잘 팔린다고 판단, 이를 '립스틱 효과'라고 정했죠.
그런데 요즘은 '립스틱'이 스몰럭셔리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향수'가 차지했거든요. 특히, 문 조향사가 소수를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향수'가 스몰럭셔리의 대표 제품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3~5만원대 립스틱보다는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싸면서도 고가의 의류나 가방에 비해 부담이 덜해 딱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남기기 좋다는 거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2019년 6000억원 규모였는데, 오는 2025년 9800억원 수준까지 커진다고 합니다. 특히, 니치향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해에 팔리는 향수 10개 가운데 9개는 니치향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잘 되냐고요? 지난해 팔린 니치향수는 1만6000리터(ℓ)라고 합니다. 향수 1병당 평균 용량 75ML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을 낸 겁니다. 전국 2030세대 인구인 1270만명이 1인당 13번씩(향수 1회 분사 시 사용량 0.1ml 기준) 뿌릴 수 있는 양인데요. 갯수로 따지면 약 21만병이 판매된 셈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2023 연간 리포트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니치향수의 판매량이 나온 겁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늘었습니다. 니치향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니치 향수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브랜드는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이라고 합니다. 각 브랜드에서는 △딥티크 ‘오 드 퍼퓸 플레르 드 뽀’ △바이레도 ‘라 튤립 오 드 퍼퓸’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오 드 코롱’ 등이 인기 순위에 들었고요.
고객 중 일부는 월요병 해소용으로 니치향수를 구매한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쇼핑을 가장 많이 즐긴 시간대는 월요일 저녁 8~9시로 집계됐거든요. 이 시간 모바일을 통해 방문한 고객 비중은 90%를 육박했으며, 여성과 남성 고객의 구매 비중은 7대 3으로 의류와 향수 외에도 여성은 가방과 슈즈를, 남성은 골프웨어와 남성 액세서리를 주로 구매하면서 '월요병'을 해소한 것으로 분석됐고요.
인플레이션,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니치향수는 잘 팔릴 것으로 보입니다. 옆사람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으니까요. 아, 게다가 과시할 수 있는 '럭셔리(명품)'에 속하잖아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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