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 근육 점점 위축...인구 10만명당 19명 발병
발병원인 알려지지 않아 치료약 없는 '샤르코 마리 투스병'

연구진은 샤르코 마리 투스병의 발병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히고,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도 제안했다. 출처=서울대
연구진은 샤르코 마리 투스병의 발병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히고,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도 제안했다. 출처=서울대
삼성가를 괴롭혀 온 희소 난치성 신경질환 '샤르코 마리 투스병(CMT)'의 환자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CMT는 삼성가의 여러 인물이 앓은 유전병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염수청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브레인(Brain)'에 CMT 치료와 관련된 연구 성과를 온라인 공개했다.

CMT는 1886년 이 질환을 처음 설명한 의사 3명의 이름을 딴 희소 신경질환이다. 발현하면 유전자 돌연변이로 운동신경이 손상되는데, 손상 수준은 환자에 따라 다르다. 심할 경우 손과 발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면서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인구 10만명당 단 19명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아직 치료제는 없다.

국내에서는 범삼성가의 유전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CMT를 앓았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도 고통받았으며, 현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투병 중이다.

해당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질병 발생 원인을 밝히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CMT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번에 치료법을 개발한 연구진은 CMT를 일으키는 'MORC2' 유전자 변이형을 보유한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제작한 뒤, 변이가 어떻게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지 규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MORC2의 유전자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 신경 특이적 바이러스를 적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 해당 치료제는 우선 동물 모델에서 한 번 실험됐으며, 신경과 근육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염수청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샤르코 마리 투스병의 발병 원리를 최초로 밝히고 환자를 치료할 유전자 치료제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최병옥 교수는 "샤르코 마리 투스 유전자 치료제의 최적화를 통해 환자에게 환자 맞춤형 치료, 경제적 부담이 적은 유전자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전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