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만큼 빌리는’ 대출 원칙, 금융기관도 발맞춰야
무주택자·채무자 위한 정책·금리 배려 필요해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지난 1월 10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가계부채 증가폭은 약 2000억원으로 동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으며,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10조1000억원으로 과거 8년간 연평균 증가액보다 매우 낮은 안정적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총액과 연체율을 보면 매우 불안한 상태임에도 정부와 금융권의 엄정한 가계부채 관리 노력 등으로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장기적인 시계에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2023년 10월 29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김대기 실장은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며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금융기관의 대출금과 신용카드 신용대출을 합한 금액) 총액은 1875조7000억원이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계대출 잔액이 1759조1000억원, 신용대출은 116조6000억원으로 연체율(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으로)은 0.4%이다. 금리가 오르기 전인 2021년 7월 0.2%였던 연체율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물론 고금리가 지속돼 연말까지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다. 여기에 자영업자 사업자금 대출이 1034조원(2023년 1분기 자료 기준)으로 부채만 모두 합치면 300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를 잡고 유동성을 줄이고자 쓰는 긴축정책 중 하나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23년 1월까지 10번 인상했다. 그 결과 당시 0.5%의 기준금리가 지금은 3.5%까지 높아졌다. 물론 2023년 1월 이후 기준금리는 동결된 상태지만 이미 저금리를 벗어난 상태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점점 높은 이자 부담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이렇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안정적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매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고 가계대출 전반에서 차주의 미래 상환능력을 고려하는 대출 관행을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민·실수요층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차질 없이 시행한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견고한 금융안정을 위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양적 관리를 지속한다는 원칙하에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이 현장에서 뿌리 깊게 안착할 수 있도록 하며 차주의 상환 위험 또한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제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정부도 금융권도 한목소리, 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특히 일선에서 제도를 실천하는 금융기관의 몫이 중요하다. 대부분 금융기관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추구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과 사회성이 강조되며 신용사회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이때, 더 이상의 외형 확대 위주의 경영방침을 세우거나 불필요한 가수요를 유발하는 과당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소중한 고객인 차주의 상환능력을 자세히 검토하고 대출 취급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이자 부담 증가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금이 부실채권화하기 전에 상환능력에 따라 일정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자제하는 것도 금융기관의 몫이며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 하나다.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관리를 위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은 중단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는 금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며 소비자인 은행권 이용자들도 상환능력만큼만 금융을 이용한다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때다. 그렇게 된다면 부동산 투기도 막을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