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시장, 커피만큼 커질까? [김민주의 MZ 트렌드]
젊은 층 사이에서 차(茶)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카페에서 티 메뉴를 즐기는 건 물론, 많게는 1인 5만 원에 달하는 티 오마카세를 찾아가고, 다도(茶道) 클래스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즐기고 있다.

실제로 국내 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다류 생산량은 55만1천톤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aT 측은 "음료에 대한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다류 시장은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도 같은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슈타티스타는 전 세계 다류 시장이 2019년 2011억 달러에서 지난해 2470억 달러로 23% 성장했다고 추산했다.

차 수요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가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관리하는 문화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았고, 커피나 술 대신 차를 마시며 몸을 챙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것이다.

또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식음료 업체들은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차 관련 신메뉴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건 물론, 티클래스 등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차 베이스 메뉴를 확대하며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스타벅스의 클래식 밀크티는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잔을 돌파했다. 출시일부터 매일 6만6천 잔, 초당 1잔 이상 판매된 셈이다. 티 라떼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클래식 밀크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또 2022년 2주 만에 80만 잔이 팔리며 조기 품절된 스노우 바닐라 티라떼는 얼그레이 바닐라 티라떼로 이름을 변경해 올해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시작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 잔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는 카페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에서도 나타났다. 이디야커피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2월 25일까지 2주간의 음료 판매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쌍화차, 생강차 등 차 2종의 판매량은 전년 동일 기간 대비 약 80% 이상 증가했다.

티 전문 브랜드의 매장도 증가 추세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차 전문 자회사 오설록은 티 제품을 판매하는 티하우스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제주 티뮤지엄의 리뉴얼 오픈과 티하우스 해운대점 등을 연달아 선보였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839억원을 기록했다.

차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코리아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홍대에서 시작한 국내 공차 매장 수는 2020년 684개, 2021년 777개, 2022년 864개로 매년 늘고 있다.

이런 추세에 글로벌 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喜茶)'와 ‘차백도(茶百道)’가 대표적이다.
압구정에 1호점 개점을 앞둔 헤이티는 2012년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시작한 브랜드로, 미국과 호주, 영국, 캐나다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6일 대치동에 1호점을 오픈한 차백도는 중국에서 가장 큰 밀크티 회사 중 하나로, 중국에만 82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 개의 글로벌 차 브랜드 시장 진입으로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