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거대한 산불로 1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지보도에 따르면 칠레 중남부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뉴블레주, 비오비오주 등으로 이어지면서 7일 기준 약 2900㎢가 넘는 땅이 화마에 휩싸였다. 이는 서울 면적의 5배다.

5일(현지시간)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Senafred)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와 기상청, 소방 당국 소셜미디어 등을 종합하면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칠레, 최악의 산불로 122명 사망···서울 면적 5배 화마로 덮혀
(로이터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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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관련 발표 일원화 방침으로 당국 공식 발표 외엔 피해상황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생사 확인이 되지 않는 실종자 수는 1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당국은 이번 화재가 고온과 강풍 등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내륙 지역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남반구 한여름 날씨에 올해 기승을 부리는 엘니뇨 현상으로 지역적으로 고온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한때 시속 60㎞에 달했던 거센 바람도 불길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세나프레드는 전했다.

맹렬한 화마의 기세에 경보를 알리는 긴급 알람 수신용 안테나까지 일부 파손돼, 피해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세나프레드 전신인 내무부 산하 국가비상사태관리국(ONEMI)에서 부국장을 지낸 빅토르 오레야나는 현지 일간지 엘메르쿠리오 인터뷰에서 "대피 경고를 보냈어도,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된 안테나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경보를 받았더라도 이미 대피하기에 늦은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산간 지역 난개발도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수천채의 주택이 파괴된 비냐델마르 외곽 산비탈 마을의 경우 비좁은 도로 등 문제 때문에 소방대원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는 저소득층 주거지가 몰려 있다. 우웨 로웨더 칠레 센트랄대 건축학부장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산악 지형 경사면에 각종 건물이 계속 올라갔다"며 '화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극단적 조건에 노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칠레 당국은 비냐델마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등지에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통행금지령에 내려져 있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