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신흥시장 영향력 확대하며 아시아 부진 상쇄
에스티로더, 중국 투자 확대했지만 아시아 매출 저조
미국서 로레알 인지도 늘어나자 에스티로더에 부정적

'로레알'은 잘 되는데 왜 '에스티로더'는 어려울까
모든 산업에는 라이벌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삼성전자와 애플, 스포츠 의류 부문의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뷰티업계에서는 로레알 그룹과 에스티로더 그룹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영향력 높은 뷰티 브랜드를 대거 소유한 뷰티업계의 ‘큰손’이다.

코로나19 이후 이 두 그룹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로레알은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며 실적이 개선됐지만 에스티로더는 하락세가 완연하다. 이런 상황에 영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투자자 테리 스미스가 에스티로더의 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승장구 로레알…잘되는 럭셔리로레알은 3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 2월 8일(현지 시간) 로레알그룹은 2023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로레알의 매출은 411억8000만 유로(약 59조원)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영업이익은 81억4400만 유로(약 12조원)로 지난해(74억5700만 유로, 약 11조원)보다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9.8%를 기록하며 전년(19.5%) 대비 개선됐다.

부문별 매출은 △헤어 제품 46억5400만 유로 △뷰티제품 151억7300만 유로 △로레알 럭스(럭셔리 뷰티) 149억2400만 유로 △피부미용(병원·약국용 제품) 64억3200만 유로 등이다. 모든 부문의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피부미용 제품 매출 증가율은 25.5%에 이르렀다.

로레알은 1909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뷰티 기업으로 랑콤, 키엘, 슈에무라, 비오템, 이솝 등 3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150개국에 진출했다.

니콜라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새로운 영업이익률 기록을 세웠다. 지정학적 긴장 상태, 인플레이션 압박, 정체된 중국 뷰티 시장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로레알은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로레알은 “럭스 사업부는 럭셔리 뷰티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리더가 됐다”고 강조했다.
'로레알'은 잘 되는데 왜 '에스티로더'는 어려울까
결국 구조조정까지…험난한 에스티로더반면 에스티로더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 2월 5일 발표한 2024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0~12월) 매출은 4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모든 사업부가 부진했다. 특히 피부관리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부문별 매출은 △스킨케어 21억7300만 달러 △메이크업 11억6700만 달러 △향수 7억3700만 달러 △헤어케어 1억7300만 달러 등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5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18% 급감한 3억2400만 달러에 그쳤다.

에스티로더는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7~9월)와 2023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도 매출이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파브리치오 프리다 에스티로더 CEO는 “하이난과 한국에서 여행 소매업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에스티로더는 194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뷰티 기업으로 에스티로더를 포함해 바비브라운, 달팡, 크리니크, 조말론, 라메르 등 2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로레알보다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가 많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실적 부진에 에스티로더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전체 직원의 3~5%(약 3100명)를 감축하기로 했다. 회사는 “예상된 어려움이 반영된 수치”라며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 자국 시장 뺏기고 아시아 휘청에스티로더와 달리 로레알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신흥시장’ 덕으로 꼽힌다.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면서 아시아에서 줄어드는 실적을 상쇄했다.

지난해 로레알의 시장별 매출은 △유럽 130억780만 유로 △북아메리카 111억4700만 유로 △러시아·아시아 106억3000만 유로 △아프리카 34억4800만 유로 △라틴아메리카 29억1700만 유로 등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부진으로 아시아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5.8%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시장에서 매출이 늘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6.4%, 22.8% 등이다.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향수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 판매가 늘었다.

히에로니무스 CEO 역시 “우리의 실적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서 빠른 성장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전문 제품 부문에서는 인도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했으며 프리미엄 제품은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럭셔리 뷰티 사업도 분위기가 좋다. 로레알은 “선진국과 신흥시장 모두 강력한 모멘텀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서의 눈부신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지난 4분기에 1% 증가한 미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고 아시아는 8% 감소했다.

아시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에스티로더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분기 매출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34% 수준이다. 에스티로더의 전략에 따라 비중은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로레알의 아시아 매출 비중은 25% 수준이다.

영국 패션전문지 BoF는 “에스티로더는 아시아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년간 투자를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티로더는 최근 중국 혁신센터와 일본 제조공장 등을 잇따라 설립했다.
지난해 2월 하이난 면세지구에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도 열었다. 중국 면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재고 관리 부담이 늘어났다.

BoF는 “지난해 공급망 정상화가 늦어져 중국의 엔데믹 수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며 “아시아 지역의 판매 부진 등의 문제는 경쟁사인 로레알에 비해 뒤처지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티로더 사업의 핵심 국가인 북미 지역에서도 로레알에 밀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로레알이 미국 뷰티 시장에서 에스티로더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로레알보다 더 고급 브랜드를 전문으로 하는 에스티로더에는 부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로레알은 지난해 미국 뷰티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소비자의 83% 선택을 받으며 최고의 화장품 브랜드로 선정됐다. 에스티로더는 이보다 낮은 71%에 그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