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감정평가]
감정의견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작성할까[박효정의 똑똑한 감정평가]
법원감정평가 업무는 항상 분쟁 속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당사자 간에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평가액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부부가 이혼소송을 하며 재산분할 다툼이 큰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강조하며 감정평가액이 낮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반대로 재산을 분할 받아오는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왜 높아야 하는지에 대해 강력히 주장한다.

소송 당사자는 감정평가의 진행 과정이나 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입장이 너무나 상반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동산을 놓고 자신은 높게 나올수록 좋고, 상대방은 낮게 나올수록 좋으니 말이다. 비단 이혼소송에서의 재산분할뿐만이 아니다.

보상금증액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피수용자는 직전 보상액이 형편없이 낮다며 평가액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고인 사업시행자는 직전 보상액이 정상가치에 비해 이미 너무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법원감정액은 낮아져야 한다고 맞선다.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토지의 임료가 왜 높아야 하는지에 대해 감정인에게 호소하지만 피고는 오히려 기존의 임료도 높다고 받아친다.

필자 역시 법원감정을 하며 원고, 피고나 혹은 그들의 대리인으로부터 여러 가지 형태의 주장과 의견을 듣는다.

이혼소송 사건에서 필자의 사무실로 전화해서 분할받을 아파트 가격이 높아야 하는데 이혼하려는 배우자 및 그 가족으로부터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혼인생활 자체가 얼마나 고되고 괴로웠는지에 대해 한탄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에서 망자의 복잡한 혼인관계와 그로 인해 발생한 가족들의 고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 보상금증액청구소송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었던 부모님이 갖은 고생을 하여 겨우 마련한 집 한 채가 헐값으로 수용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서로 제출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감정평가에 대한 의견, 이른바 감정의견서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왜 부동산 가격이 높아야 하는지, 낮아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산정 및 감정평가의 기법과 기존 평가에 대해 달리 해석될 수도 있는 여지, 합리적인 조건 설정과 관련된 고민이나 제시는 전혀 없이 그저 감정에만 읍소하는 것은 곤란하다.

감정인도 사람이라 꺼내어 놓고 말하기 어려운 개인사, 가정사를 밝히며 읍소하는 당사자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 부동산의 가치판단이 측은지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경계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서울 강남의 상업용 빌딩에 대한 의견서도 되고, 강원도 삼척의 임야의 의견서도 되는 영혼 없는 감정의견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감정의견서는 감정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작성되는 것이 온당하다. 따라서 감정평가에 관련된 법령에 배치되는 의견이나 주장 역시 배척된다.

감정의견서는 감정인을 고민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정평가기법에 대한 고민, 새로운 해석에 대한 고민, 합법적인 대안,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자료, 동일한 법령이 적용되는 유사평가사례, 본건 평가사례 등을 수집해 제시해야 한다.

법원감정은 첨예한 이익 대립의 중간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므로 감정인에게 분명히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감정을 앞두고 있다면 법원감정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