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금리인하에 부동산 회복 어려워
섣부른 지원보다 체질개선·구조조정 노력 필요해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작년 말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4개월간의 정밀 실사가 진행되고, 그동안 회사의 모든 금융부채가 동결된다.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워크아웃은 경영권이 보장되고 어느 정도 자금지원이 가능해져 부도보다 유리하다. 반면에 자금을 공급한 금융기관을 비롯한 채권단은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태영건설은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는 대신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사용하면서 채권단과의 약속은 저버리고 사주 살길만 도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그동안 큰 기업이 부도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워크아웃을 허용하는 선례에서 나타난 ‘대마불사(大馬不死)’ 대응을 악용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총 익스포저(위험노출금액)는 202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22년 말 130조3000억원 대비 55% 증가한 규모로 PF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시중은행과 보험사의 직접 대출 규모가 제일 크지만 대부분 선순위채권과 보증보험을 낀 대출이므로 자금회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제2금융권은 대출 규모가 은행에 비해 적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5%를 훌쩍 넘어섰다.

부동산 신탁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이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하락과 금리 상승, 대손충당금 증가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하면서 신용 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 리스크가 건설사, 시행사, 금융기관, 중소 협력업체 등 전방위적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폭발력을 갖는 시점이 오면 연착륙은 어려워지고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악화와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저금리와 치솟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과도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건설업계 비용 증가로 인해 자금회수가 어려워졌다. 미 연준은 1월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3월 말에 열리는 두 번째 회의에서도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에 비해 2%포인트 낮은 한국의 금리인하가 상반기에 단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규제완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18조4000억원 투자 등 건설업계 지원책을 발표했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위기의 파급을 차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오히려 섣부른 활성화 대책이 PF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PF 위기 복병은 상존하게 마련이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수익을 올렸으면 경기가 하강할 때의 손실도 감내할 수 있는 맷집을 키웠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생존하고 부실기업은 정리돼야 하는 기본 원칙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임시방편 아래 연명해 온 한계 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근본적 해결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부동산 리스크의 연착륙은 담보하기 힘들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