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금리인하에 부동산 회복 어려워
섣부른 지원보다 체질개선·구조조정 노력 필요해
태영건설은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는 대신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사용하면서 채권단과의 약속은 저버리고 사주 살길만 도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그동안 큰 기업이 부도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워크아웃을 허용하는 선례에서 나타난 ‘대마불사(大馬不死)’ 대응을 악용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총 익스포저(위험노출금액)는 202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22년 말 130조3000억원 대비 55% 증가한 규모로 PF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시중은행과 보험사의 직접 대출 규모가 제일 크지만 대부분 선순위채권과 보증보험을 낀 대출이므로 자금회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제2금융권은 대출 규모가 은행에 비해 적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5%를 훌쩍 넘어섰다.
부동산 신탁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이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하락과 금리 상승, 대손충당금 증가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하면서 신용 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 리스크가 건설사, 시행사, 금융기관, 중소 협력업체 등 전방위적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폭발력을 갖는 시점이 오면 연착륙은 어려워지고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악화와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저금리와 치솟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과도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건설업계 비용 증가로 인해 자금회수가 어려워졌다. 미 연준은 1월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3월 말에 열리는 두 번째 회의에서도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에 비해 2%포인트 낮은 한국의 금리인하가 상반기에 단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규제완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18조4000억원 투자 등 건설업계 지원책을 발표했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위기의 파급을 차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오히려 섣부른 활성화 대책이 PF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PF 위기 복병은 상존하게 마련이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수익을 올렸으면 경기가 하강할 때의 손실도 감내할 수 있는 맷집을 키웠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생존하고 부실기업은 정리돼야 하는 기본 원칙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임시방편 아래 연명해 온 한계 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근본적 해결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부동산 리스크의 연착륙은 담보하기 힘들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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