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성과관리 밖에 모르는 ‘무식한 경영’, 회사를 망친다[박찬희의 경영전략]
사람이 모여서 일하면 도움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합쳐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잘못하면 서로 다투고 엉켜서 엉망이 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목적이 같아도 생각과 일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기고 질투와 분노가 더해지면 아예 배가 산으로 간다. 전형적인 ‘관리통제(control)’의 과제인데, 아둔한 경영학 커리큘럼에서는 관리회계의 틀에서만 공부한다.

그럴듯한 얘기 잔뜩 늘어놓고 제대로 되는지 살피지 않으면 회사는 엉망이 된다. 초창기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경영활동을 ‘계획-실행-통제’의 과정으로 설명했듯이 관리통제는 전략을 완결하는 수단이고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성과평가와 연동되는 인사와 보상, 업무행위와 과정에 대한 진단과 재설계, 부정요인에 대한 감찰 등은 물론이고, 전략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수준까지 포함하면 회사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수단이 포함된다.

실제로 관리통제가 경영의 모든 것이 돼 그 권한을 쥔 자들의 사내정치의 수단이 되는 일은 무수히 많다. 나아가 회사를 망치고 최고경영자(CEO)를 바보로 만드는 사례를 몇 차례 기고에서 파헤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작은 부분으로 관리통제의 기본이 잘못되어 사람들 못살게 굴고 일을 꼬이게 만드는 이유를 생각해 보겠다.
앞뒤 안 맞는 성과평가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잘잘못을 가려 상과 벌을 주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그런데 잘못된 일을 열심히 하면 회사는 더 엉망이 되고, 목표를 잘못 설정해서 힘만 빼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앞뒤 안 맞는 평가에 보상을 연결하면 회사는 더욱 엉망이 된다.

L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폴더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세계 폴더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별, 지역별로 과감한 매출목표를 부여했다. 전례 없는 성과보상이 더해졌다.

스마트폰 사업의 전문인력은 구석에 처박히거나 회사를 떠나고 폴더폰 기술진이 주역이 됐다. 사업구조 개편의 ‘과감한 결심과 실행’은 한 번 더 뒤돌아볼 여지마저 잘라버렸다. 세계 통신시장의 미래를 잘못 판단한 전략과 사업목표를 바탕으로 성과평가를 한 결과 회사의 정보통신 사업은 엉망이 됐다.

M자동차는 북미시장을 빨리 확장하고자 공격적 성과목표를 내걸고 ‘실패하면 숙청,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보상을 약속했다. 담당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렌터카 회사에 대한 대규모 매출에 매달렸고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렌터카에 풀린 물량은 2년 뒤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와 중고차 가격이 폭락했고 이는 신차 판매에 장애요인이 됐다. 자동차시장의 속사정을 모른 무식한 성과관리의 결과다.

객관적 평가를 한다고 억지로 마구 조건을 붙여 성과를 정의하거나 중요한 일은 팽개치고 당장 숫자로 들이대기 좋은 성과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K전자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세계 각지의 영업성과에 대한 비교평가에 나섰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르고 환율조건도 다르다. 제품구성도 다를 뿐 아니라 시장 기반을 위해 새로 개설한 법인은 불리하다. 경영자의 전략 판단에 따라 소신껏 하는 편이 낫지 성과 운운하는 꼼수는 사람들 분노만 키운다.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한 관리통제는 목표로 삼은 성과가 타당하고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달성할 수도 없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막연한 목표를 던져놓고 평가를 하고 보상까지 한다면 일도 사람도 망가진다.

객관적으로 보인다고 숫자에 매달리면 본질을 벗어난 왜곡된 평가로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국회의원을 법안 발의건수로 평가하면 마구잡이 입법이 시작된다. 교수를 논문편수로 평가하면 쓰레기 논문을 찍어내며 연구비를 써댄다.
무능한 관리자의 잔소리와 트집지휘·감독의 체계를 두고 직접 일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이 있다. 보고와 승인, 조언과 개입의 과정을 ‘일의 관계’로 설정하는데, 신분적 상하관계는 아니지만 관리통제의 권한을 규정하는 것이다. ‘행동에 대한 개입’은 어떻게 하면 일이 잘되고 또 망하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관리자가 개선시킬 능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룹의 재무·회계 분야에서 충성심을 인정받은 A 사장은 건설부문의 사장이 되면서 중역들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군기를 잡기 시작한다.

건설현장의 구체적 실정을 모르는 A 사장은 자리 비우는 일이 많은 현장소장을 다그치고 젊은 직원들에게는 점심식사 시간과 두발상태를 점검한다. 현장소장이 자리만 지키면 자재조달이나 인허가 작업이 안 되고 직원들의 점심은 현장 일꾼들과의 소통인데 어이없는 일이니 황당한 일이다.

A 사장의 현장경영이 ‘트집거리 만들어 굴복시키는’ 나름의 방식인지 더 힘센 분들 보기에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안쓰러운 노력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건설사업의 성공 방정식을 터득한 ‘신의 한 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실력 없는 선생님이 바짓단, 머리 길이로 트집 잡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잘 모르면서 끼어들어 잔소리와 트집으로 사람 잡는 한심한 경영자는 어디에나 있다.

조직의 보고와 승인, 조언과 개입의 과정은 다양한 정보와 전문성을 반영하면서 오류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어 한마디씩 하며 권세를 확인하자고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유능함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잘 알면 나가서 자기 사업을 할 테니 부족한 사람들끼리 맞추어 가는 것이 회사의 현실이다.

더구나 한자리 차지해서 남들에게 큰소리 쳐보자고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디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여기저기 회의하고 결재 받다 보면 일은 더 꼬이고 한마디씩 더해지는 ‘조언 혹은 지도’는 인사와 이권의 알박기로 이어진다.

성과평가와 행위에 대한 개입은 모두 나름의 쓸모가 있다. 그러나 갖춰야 할 조건이 있고, 책에서 봤다고 무턱대고 쓰면 회사도 사람도 망친다. 관리통제의 수단들은 상황에 따라 서로 보완해서 써야 한다.
핵심은 경영자의 판단과 책임성과를 정의하기도 어렵고 누가 시키고 간섭하기도 어려운 성격의 일이 있다. 법관이 판결을 많이 한다고 훌륭한 것도 아니고 법원장이 판결에 개입하면 독립성이 훼손된다. 더 좋은 재판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있지만 독립성과 양심이 우선되므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처음 임용할 때 잘하는 ‘노력(input control)’이 필요하다. 각자의 전문성과 독립성, 직업적 양심이 중요할수록 이런 방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잘못되면 집단 전체가 함께 책임을 떠안는 경우 구성원들 사이의 ‘압력(peer pressure)’이 가장 강력한 통제기제가 된다. 단체기합의 원리인데 기업가치와 같은 집합적 목표와 보상을 연결해서 구성원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관리통제 수단도 나름의 한계가 있고 조합해서 써도 결국 판단의 여지가 남는다. 결국 경영자가 모든 판단의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한 의사가 고스란히 책임만 떠안으면 의사는 위험한 수술을 피한다. 병원장은 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수술실적과 사고건수 따지기 전에 제도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회사에도 이런 일은 많다.

경영자 혹은 관리자의 판단을 못 믿어서 촘촘하게 짠 제도를 들이대면 일하는 사람은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사람을 못 믿겠다면 싫으면 떠날 수 있는 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 일이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