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산업,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되면 성장 가능 판단
동남아시아 중산층 많아지면서 블루오션으로
CU·GS25·이마트24, 적극적으로 해외 매장 확대 계획

말레이시아 CU. (사진=BGF리테일)
말레이시아 CU. (사진=BGF리테일)
편의점은 어디서든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매장이다. 심지어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허허벌판에도 편의점은 있다. 신도시의 상권 형성을 주도하며 전국 곳곳에 들어선다. 이렇게 만들어진 편의점은 전국 5만 개가 넘는다.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가맹점은 해마다 늘고 있다.

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K-편의점’만의 DNA를 가지고 기회의 땅을 찾고 있다. 성과도 좋다.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상품 경쟁력을 확보했고, 현지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편의점은 올해도 해외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업종 자체가 하나의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GS25 매장 모습. (사진=GS리테일)
해외 GS25 매장 모습. (사진=GS리테일)
‘K-편의점’으로 서울과 비슷해진 울란바토르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분위기는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 편의점이 몽골의 ‘국민 편의점’이 된 영향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운영되는 편의점의 90%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의 GS25이기 때문이다. 파란색의 ‘GS25’ 로고와 보라색 ‘CU’ 로고는 울란바토르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울란바토르 시민들에게 K-편의점은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현지에서 부족한 식당, 카페, 쉼터 등을 대신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셈이다. 이들 회사가 최근까지 몽골에서 오픈한 편의점은 659개에 달한다.

BGF리테일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몽골에 진출한 이후 2024년 1월 말까지 382점을 오픈했다. 성과도 좋다. 지난해 몽골 CU의 연평균 매출액은 12.0% 증가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몽골의 경우 2018년에 편의점이라는 채널 자체가 없었다”며 “당시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 소득 수준이 우리나라의 1990년대와 비슷했다. 그런 소득 수준을 고려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K-콘텐츠 파워가 커짐에 따라 한국 호감도 높아지고 있어 확장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GS리테일은 2021년 몽골 현지 파트너인 숀콜라이 그룹과 함께 울란바토르에 3개 매장을 동시에 열었다. 현재 몽골 GS25는 울란바토르 외 에르데네트 지역 등 277호점까지 확대했다.

몽골 GS25도 몽골의 식문화와 K-푸드 열풍을 적절히 융합한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몽골로 수출된 카페25 생우유 카페라테, 치킨25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K-편의점 히트상품을 몽골의 식육 문화에 이식해 현지화한 사례가 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편의점들은 몽골 외에도 다양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BGF리테일과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주력하고 있다. CU는 2021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139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 세계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1호점 오픈도 준비 중이다. CU는 몽골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2025년, 2027년 5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2021년 6월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유나이티드 프론티어스 홀딩스와 손잡고 해외 1호점을 냈다. 말레이시아 이마트24는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매장 콘셉트와 K-푸드를 앞세운 현지화 전략으로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인식되고 있다. 한류 열풍이 거센 동남아 시장에서 K-편의점 그 자체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대학가에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래피티로 매장을 꾸미는 등 파격적인 인테리어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 48호점, 싱가포르 3호점 등 총 51호점을 오픈했고 올 상반기 내로 캄보디아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5년 내로 300호점까지 확대하고, 캄보디아에서는 10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GS리테일은 베트남을 선택했다. GS리테일도 201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당시 GS리테일은 베트남 손킴 그룹과 손잡고 호찌민 지역에 1호점 오픈했다. 올해 2월 기준 262호점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GS25는 서클케이, 훼미리마트 등 GS25보다 4~6년 먼저 진출한 미국, 일본 등 해외 편의점 브랜드들을 제치고 남부 베트남 1위 편의점으로 올라섰다. 베트남 현지에서 적극적인 출점을 통해 지형을 넓혀가고 한국의 먹거리를 현지 식문화와 결합한 게 통했다. 실제 진출 초기 길거리음식에 익숙한 식문화에 맞춰 반바오(베트남식 호빵) 등 현지 먹거리를 비롯해 떡볶이, 도시락, 김밥 등 한국식 조리 식품을 히트시켰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해외에 진출한 K-편의점 중 최초로 가맹사업을 전개하며 점포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

GS리테일은 올해 초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500호점을 오픈했으며 2025년 1000호점, 2027년에는 1500호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 현지 고객 분석에 기반한 차별화 상품 및 현지 상품 개발, 특화 매장에 대한 브랜드 경쟁력 강화, 단순 소매점을 넘어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현지에 맞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해외 진출국'에 해당하는 세븐일레븐은 점포의 해외 진출이 불가능한 만큼 상품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해외 인프라를 활용해 지난 2015년 말레이시아 세븐일레븐에 1300박스 규모의 PB과자와 김 등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경쟁력 있는 PB상품 및 특화상품을 수출하며 중소 파트너사의 판로 확대와 K먹거리의 우수성도 알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수출하고 있는 국가는 하와이,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며, 현재까지 수출 횟수는 65회, 품목 수는 40여개에 달한다. 지난 1월에도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과 '세븐셀렉트 버터갈릭바게트' 등을 하와이 세븐일레븐에 수출한 바 있다. 특히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은 지난 2021년부터 하와이 세븐일레븐에 수출을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븐일레븐 PB상품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월 글로벌 차별화 상품 기획 및 개발을 목적으로 ‘PB개발/글로벌소싱팀’을 신설했다. 팀 구성과 함께 글로벌 세븐일레븐과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며 국내 중소 파트너사들이 만든 우수 세븐셀렉트(PB) 상품의 수출 판로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상품 교류 확대 프로젝트 아래 일본, 미국, 대만 등 현지 세븐일레븐 인기 PB상품들도 직소싱해 선보이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편의점국내에 편의점이 도입된 시기는 1980년대다. 1989년 서울 송파구 오륜동 상가에 들어선 세븐일레븐이 국내 최초의 편의점이다.

35년간 편의점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20년 4만8738개에서 2021년 5만2168개로 늘었다. 2018년(4만2712개)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만 개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업체별 가맹점은 △CU 1만7762개 △GS25 1만7390개 △세븐일레븐 1만3502개 △이마트24 6600개 등으로 총 5만5254개에 달한다.

해마다 점포가 증가하고 있지만 급격한 외형 성장은 쉽지 않다.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편의점의 근접(50~100m)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2024년 말까지 시행되기 때문이다.
외식 물가 상승의 대체재 성격으로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통 채널 중 객단가(약 6800~7000원)가 가장 낮은 점 역시 편의점의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편의점이 해외로 눈을 돌린 배경이다. 해외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편의점의 생존 전략이다. 편의점은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돌파할 때 성장 단계에 진입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산업으로 통한다. 이후 5000달러가 되면 성장기에 진입하고 1만 달러를 돌파할 때 경쟁이 심화한다고 본다. 한국 역시 편의점이 도입된 198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시작한 이후 1971년 멕시코, 1974년 일본, 1977년 호주, 1979년 대만, 1982년 필리핀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 약 8만3485개 매장이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해외 진출이 회사를 살리기도 했다. 1990년 경영 악화로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는데 이때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가 미국 세븐일레븐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2005년에는 세븐&아이홀딩스가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 지분을 전량 매입하면서 일본 회사가 됐다. 세븐&아이홀딩스는 이토요카도, 세븐일레븐 재팬, 데니스 등 3사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1978년 시작된 일본의 훼미리마트는 1988년 대만, 1990년 한국, 2004년 중국, 2009년 베트남, 2012년 인도네시아, 2016년 말레이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한국에서는 GS25, CU 등 경쟁사에 밀려 사업을 철수했지만 대만에서는 국민 편의점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훼미리마트도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마트24 해외 지점.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 해외 지점. (사진=이마트24)
동남아시아 경쟁자는 일본업계는 대부분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로열티 수익만 가져가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새로운 지역을 발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지 편의점 산업이 자리 잡을 만큼 1인당 국민소득도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3950달러, 베트남은 4010달러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몽골 4210달러 △인도네시아 4580달러 △방글라데시 2920달러 등이다.

영국 식품 리서치 업체 IGD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동남아시아 편의점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9.1% 수준이다.
세븐일레븐 제품 수출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제품 수출 모습. (사진=세븐일레븐)
현재까지는 해외 진출이 아시아 시장에만 치중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일본의 편의점들이 이미 진출해 자리 잡은 상태”라며 “반면 아시아는 아직 블루오션으로 일본과 경쟁이 가능하다.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븐일레븐과 로손 역시 향후 3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편의점을 1만500개 이상 오픈해 총 6만3000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현지에서는 신규 점포 목표를 100개로 설정한 것과 대조된다. 이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앞세워 경쟁업체인 현지 업체와 한국 편의점 등을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