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저작인격권 침해와 명예훼손의 관계 [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다른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마치 자기가 작성한 글인 것처럼 SNS에 올리거나 해당 글의 내용을 추가·변경하기까지 했다면 이는 복제권·전송권과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다. 이뿐만 아니라 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과 같은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 각각에 대해 별도의 형사처벌 조항도 두고 있다.

그런데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단순히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자’로 규정돼 있다. 반면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 형사처벌 조항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저작인격권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명예훼손’까지 있어야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면 곧바로 ‘명예훼손’도 있었다고 봐야 하므로 ‘저작인격권 침해’가 인정되면 더 살펴볼 필요 없이 곧바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저작인격권 침해’만으로 ‘명예훼손’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글이 그 안에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데도 SNS를 통해 공중에 공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위반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결했다.

그런데 2심 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2심 법원은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가 ‘공중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저작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무단으로 피해자의 글을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하고 좋은 글을 쓴다는 사회적 평판을 받게 됨으로 인해 피해자(저작자)로서는 표절 의혹을 받고 이를 해명하여야 하는 등 자신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므로 ‘명예훼손’이 있었다”고 보고 유죄판결을 선고했던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지지했다. 대법원은 “저작자의 명예란 저작자가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평가, 즉 사회적 명예를 의미하고,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통해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라며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도 ‘저작인격권 침해’가 곧바로 ‘명예훼손’이라는 도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만으로도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했다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서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판례의 태도를 정리해보면 ‘저작인격권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명예훼손’까지 있어야 하는데, 다만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해 실제로 명예가 훼손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명예훼손의 위험이 있는 상태가 야기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된다.

다른 사람의 SNS 글을 자신의 글인 것처럼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저작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도 대부분 성립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