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다양한 구성원을 상대해야 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모순’[김한솔의 경영 전략]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구성원도 있다. 하지만 큰 얼개만 듣고 알아서 하고 싶어하는, 자율성이 중요한 직원도 있다.

회식 시간이 너무나 힘겨운 직원이 있는 반면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지는 게 아주 중요한 구성원도 있다.

주기적 회의를 통해 서로의 업무 현황을 공유하고 파악하길 원하는 직원도 있지만 굳이 모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구성원도 있다.

문제는 리더가 이렇게 제각각인 구성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를 편들어 주지 않으면서도 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해진 룰에 예외를 두지 말아라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나라는 섬의 고유한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농산물 등 식품 반입에 엄격하다. 이 때문에 출국장엔 ‘정확히 신고하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필자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충실하게 신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에서 적발되고 말았다. 당일 아침 아이의 비상식량으로 챙겨온 사과 2개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가방 속에 담긴 사과를 보자 세관 직원은 우리 일행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때 친절한 미소를 띤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뉴질랜드에 휴가를 보내러 왔냐”며 말을 건넸다. 순간 함께 있던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사과를 좋아해서 가방에 넣어뒀는데 깜빡 잊었다’며 선처를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적힌 안내문을 읽어주는 정확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는 “많이 당황스러울 테니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어떻게 할 건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안내문은 간단했다. 세관에 메일을 보내서 사정을 설명하거나 억울하면 ‘소송’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내라는 것이다. 더불어 ‘실수’로 인한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냉정한 말까지 적혀 있었다. 결국 필자는 현장에서 카드로 벌금을 납부하고 약 20여 분의 해프닝을 마쳤다.

벌금을 낸 필자의 여행담을 굳이 밝히는 이유는 이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두 가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는 원칙의 힘이다. 신고되지 않거나 허가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다. 이것을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는 물론 공항에 도착해서도 ‘눈과 귀에 박히도록’ 알려준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구성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이것이다. 우리 조직 구성원이라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고, 업무 정보 공유 형태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업무 소통의 방식을 정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빠른 일처리를 중시하는 직원에겐 전화 통화가 당연하고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소통으로 근거 자료를 남기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우리 조직의 업무 속성에 맞는 공동의 규칙을 갖는 게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이를 구성원들과 함께 만드는 것도 좋다. 뉴질랜드가 그들만의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걸 중요시함을 알기에 ‘엄격한’ 세관 정책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조직의 특성 때문에 이런 일 방식, 소통 방식을 운영하는지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납득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것은 리더가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경고 사인을 보내 경각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또 잘 지키는 직원에겐 당근을, 그렇지 않은 직원에겐 채찍을 줄 수도 있다. 함께 만든 룰이 문서로만 남아 있지 않도록 행동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하다.

뒷돈으로 많은 게 해결되는 나라가 후진국이고 합의된 규칙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공동의 룰로 관리되는 선진국 같은 조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리더가 친절해야 하는 이유여기까지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제각각인 사람을 하나로 묶으려면 제도라는 틀은 필수적이다. 필자가 뉴질랜드 세관에서 해프닝을 겪으며 느낀 두 번째는 그들의 친절함이었다. 가방을 하나하나 검사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기에 냉정할 수밖에 없겠으나 문제가 발견된 후 처리 과정에선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필자는 ‘룰을 위반한 사람’이기에 차갑게 대한들 딱히 대응할 게 없었다. 하지만 당황한 마음을 다스릴 시간과 일행들과 대응 방법을 상의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게 참 고마웠다.

필자가 곤란함을 겪는 중 비슷한 시점에 잡혀 온 중국인 부부에겐 친절하게 중국어로 된 신고 안내서를 보여주며 천천히 읽어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라고 안내해 주는 걸 봤다. 룰에는 엄격하되 사람에겐 친절한 모습이었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 이를 어기는 사람에겐 처벌을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때의 태도가 어떨 땐 사람의 마음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을 관리해야 하는 리더는 그래서 친절할 필요가 있다. 룰에 대한 예외를 두는 관용이 아닌, 이를 지적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에서의 따뜻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우월감을 갖는다. 그래서 생각보다 말이 세게 나오기도 한다. 자칫하다간 상대를 비난하는 투가 되기도 한다. 이를 들은 상대방은 어떨까. ‘내가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인가’라는 억울함,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하네’라는 서운함이 생길지 모른다. 상대가 이렇게 느끼면 리더가 피드백하는 목적 달성도 어려워진다.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리더가 원하는 것은 상대의 행동 개선인데, 오히려 리더의 피드백 내용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필자가 뉴질랜드 세관 직원으로부터 친절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래서 입국 심사라는 첫 인상이 부정적으로만 기억됐다면 이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해프닝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왜 이런 것까지 잡아내고 벌금을 매길까’라는 서운함보다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당황하는 나의 마음을 읽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마음에 남았다.

구성원을 대하는 리더의 태도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리더인 나는 잘 모르는 구성원만의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도 룰을 어겼다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당황하고 있을 수도 있다.

룰에는 엄격하되 태도는 부드러운 것, 이것이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태도 아닐까. 기준에 대한 차가움과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함께 가진 리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한솔 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