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값싼 자국산 재고·세금 면제 바탕으로 빠르게 침투
건강한 이커머스 생태계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 입법 서둘러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직구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이는 전체 해외직구액의 48.7% 규모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에 진출하여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 중국 직구액 급증의 주요 원인이다.

해외직구는 관세 및 부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해외 직구매 물품은 가격이 150달러 이하이면 무관세로 통관되며, 국내에서 구매할 때 과세되는 부가세도 없기에 국내 유통업체를 통한 구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알리와 테무는 이런 해외직구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소비자에게 중국산 상품을 저가로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 효과를 크게 얻고 있다. 데이터 기반 기업 및 시장분석업체인 와이즈맨·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알리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717만 명으로 전년 동기 336만 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알리는 온라인 앱(App)에 K-베뉴롤을 론칭해 국내 제품도 취급하고 있다. 당분간 수수료도 받지 않고 상품을 거래해 주면서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체 상당수가 알리에 대한 자사 상품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온라인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비중을 키워가고 있고 조만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작된 중국의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에 생산물 재고가 쌓이면서 중국 이커머스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중국 내 재고를 해외에 싼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의 가격경쟁력은 경기침체로 가격에 더욱 민감한 해외시장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들로 인해 중국산 저가 상품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오면, 당장은 중국산 상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소매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이어서 국내에서 중저가 상품들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향후 중국 이커머스들이 현재의 B2C(소비자 대상 거래)에서 B2B(기업 간 거래)로 사업을 확대하면, 국내 유통 및 제조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국내 이커머스들도 점차 가격경쟁력에서 큰 도전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제조경쟁력이 떨어지며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커지면서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해외 직구매 방식의 중국 이커머스 거래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는 전자상거래법 등으로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지만, 해외 직구매의 경우에는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직구매를 통해 통관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품질 인증과 보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 안전에 피해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사업 확대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 광고수입이 커지면서 중국 이커머스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국내시장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지금의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이 받는 영향은 마이너스로 바뀔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이렇게 국내 유통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그동안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들의 입법이 늦어지면서 국내 온라인유통 플랫폼 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했는데, 이 또한 플랫폼 기업들의 반발과 함께 입법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화에 따른 폐해를 막고자 하는 내용이며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적용된다. 그러나 많은 오해와 함께 국내 플랫폼 발전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업계 반발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온라인유통 플랫폼들이 국내시장에서 조금씩 그 세력을 키워가며 공룡화되고 있다.

이제 국내 온라인 플랫폼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공정경쟁 규제를 도입하여 국내외 기업에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내 유통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플랫폼 입법화를 미루다가 글로벌 유통 플랫폼들이 국내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부처 협력을 통해 해외 직구매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고 플랫폼 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돕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