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기업이 성장하려면[김홍유의 산업의 窓]
개천절(開天節)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로서 단군왕검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하여 역사를 개창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한국에서 문화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설적인 한민족 최초의 건국을 기념하며 대한민국의 풍부한 유산과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무릇 문명국가라면 아득한 태곳적 자국의 건국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단군이라는 건국 관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수많은 외침과 침략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정체성을 잘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나는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광풍처럼 불기 시작한 갈라치기를 비롯한 자기부정, 자기 비하의 목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선거철에다 여러 가지 국가발전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쳐도 너무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도 뉴스나 신문들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독재 시절을 보냈으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노동착취를 당했으며, 지옥보다 더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된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모두가 자기 비하 및 자기부정에서 시작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자극적인 발언이다.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우리만큼 외적의 침략을 받은 역사도 없고 가장 처절한 식민지 시절을 보낸 역사도 없거니와, 국가 경제발전의 우수모델이라는 측면과 그 어려운 IMF도 극복한 유일한 나라라는 측면도 마주한다. 어느 교수의 칼럼 명언 중 하나가 “세상에는 두 종류 나라밖에 없다. 문제가 많은 나라와 문제가 더 많은 나라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지금의 기준으로 인구 5000만의 인구와 3만 불의 국력을 가진 나라는 늘 문제투성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끙끙대는 것이 국가이다.

어떤 종류의 세계 역사나 경제사나 문화사를 읽어봐도 과거 지향적인 나라는 붕괴하게 되었다. 또한 이념 지향적 나라도 붕괴하였다. 모두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하였을 때 국가는 성장하였다. 고대국가는 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지 않아 약한 연결로 문화를 공유했다. 그 시절에도 동일한 역사 경로를 보였다. 중세국가는 동서양이 실크로드로 연결되어 그 강도를 점점 높여 대항해 시절에는 모두 같은 패턴으로 국가가 성장한다. 근대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성장 과정상 문제점은 서로 다르지만 국가 성장 경로는 같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오던 농업국가에서 너무 빠르게 산업국가로 전환하였다. 그 기간 동안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더 골치 아픈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중국보다 성장이 반 발자국만 늦었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가 지구상에는 많이 있다. 엄청난 노동인구에 저가 공산품으로 그들과 경쟁하여 이익을 낼 산업이 없다. 선진국의 이점인 고임금의 혜택도 누릴 수 없고, 노동임금 차별로 저가 생산품을 판매도 할 수 없다. 참으로 난감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의 높은 이직률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자 중심의 논리로 노동자들과 함께 노력했으며, 때로 더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했다. 회사로서는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노동력을 통제함으로써 각각 열두 시간씩 조업하는 2교대제를 운영해 노동력을 최대치로 올려야 했다. 기계를 쉼 없이 가동해 자본 비용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야 가진 자원이 없는 우리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은 노동력으로 기업활동을 운영해야 한다. 일부는 정책지원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것은 과거 기득권에 기반한 자들의 자기 교정 가능성이 없는 부분들을 도려내야 하는 것이다. 오류를 자인하기엔 그들은 이미 너무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 있다. 결국 기업환경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기업친화적인 혁신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국가 전체의 부(富)와 국민 개개인의 부(富)를 위해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가의 성장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