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몸값 1회당 3억원" 치솟는 K콘텐츠 제작비에 '신음'
K 콘텐츠 시장이 확대된 데에 반해 제작 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 출연료로 인해 제작 환경과 기존 방송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것으로 진단된다.

지난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3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외주제작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인식했다. 한국 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수는 125편으로 2022년 대비 7.4% 감소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배우 출연료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우와 매니지먼트사들이 무턱대고 부르는 출연료를 제작 업체와 플랫폼이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을 낀 벤처 캐피탈 제작사들의 투자 방식도 악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실례로 배우 A씨의 지상파 출연료는 16회에 16억원, 회당 1억원이었다. 그러다 주가가 오른 A씨는 넷플릭스에서 '콜'을 받아 8회짜리 오리지널 시리즈를 총 16억원에 계약했다. 회당 몸값이 2억원이 된 셈이다. 8회라도 16회짜리를 소화할 때와 비슷한 기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뒤이어 한 종합편성채널과 계약하면서 "넷플릭스로부터 회당 2억원을 받은 몸이니 좀 더 줘야겠다"고 주장했다. 화제성 높은 A씨를 잡아야만 했던 방송사는 그에게 회당 2억5천만원, 16회에 총 40억원을 줬다.

곧바로 A씨는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하던 글로벌 플랫폼과 연결됐고, 이 회사는 회당 3억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해당 회사는 이후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 시장 진입을 철회했다. 하지만 A씨 출연료는 시장에서 3억원으로 고지된 것이나 다름없고, 이제 다들 그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K 콘텐츠가 '투자 상품' 처럼 양산되는 상황이 지적되고 있다. 책임감 있는 분석과 창작 의도를 배제한 채 배우의 스타 파워에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 다양성은 부족한 상태에서 배우 몸값만 오르면서 제작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3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단가 하향 조정이 필요한 항목’에 압도적으로 ‘출연료’라고 답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