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이미지 브랜딩은 유권자 신뢰 구축의 요소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 이후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우위 조사가 더 많지만 3개 조사에서 1%p 차 바이든 리드 상승세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최근 의회 국정연설 이후 24시간 동안 약 130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하루 기준 최고 기록으로 트럼프가 올해 1월에 모은 약 107억원보다 많다.

“트럼프는 다른 미국을 보고 있습니다. 분노와 복수에 대한 미국인의 이야기뿐입니다.” 지지율 난항을 겪던 바이든은 이번 국정연설로 회복세인 반면 “바이든은 역대 가장 무능한 대통령입니다. 최악의 대통령이죠”라며 트럼프의 공격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에 밀리던 바이든은 국정연설 미반영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동률인 45%를 기록했다. 다만 바이든이 좋아서 지지한다는 응답(26%)보다 트럼프가 싫어서 지지한다는 응답(30%)이 더 많았다. 결국 미국 대선은 ‘누가 누가 더 싫으냐?’의 비호감 대결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레이건 벤치마킹해 고령 리스크 돌파

77세인 트럼프가 바이든 이전까지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었지만 그 기록은 81세인 바이든이 경신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패티 데이비스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인지 능력(정신건강) 테스트’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레이건은 취임 당시 69세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1984년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했다. 당시 경쟁자였던 56세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후보가 레이건의 나이를 약점으로 공략하자 “나는 상대가 너무 젊고 경험이 적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며 노련하게 응수했다.

점잖으면서도 시원한 역공에 지지율이 상승 회복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바이든은 레이건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고령 리스크를 돌파해 나가려 하고 있다고 분석되는 가운데 바이든과 트럼프의 최근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막말 트럼프·노쇠한 바이든 “둘 다 싫어”…비호감 박빙 美 대선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A(Appearance)
백발의 호기심 눈빛 vs 금발의 분노 표정


올백으로 뒤로 넘긴 바이든의 백발 컬러는 자연스럽고 전통적으로 보이는 이점이 있지만 더 연로해 보이게 하는 결정적 요소일 수도 있다. 반면 트럼프는 독특한 스타일의 헤어를 금발 컬러로 염색하고 피부를 그을려서 건강해 보이도록 연출했다는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 적지 않다.

호기심이 가득한 바이든의 눈빛은 노쇠해 보이는 백발을 보완하고 트럼프의 금발은 분노에 찬 그의 표정을 상쇄시켜준다고 분석된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외모와 화법, 행동의 차이가 유권자들의 엇갈린 인식을 불렀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외적인 요소는 정책적인 공적이나 리더십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좌우되는 대중의 인식을 움직이는 힘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시각적인 이미지에도 선택과 전략이 담겨야 한다.

B(Behavior)
느리고 조심스러운 움직임 vs 극적인 퍼포먼스로 역동성 강화


상체를 뻣뻣하게 유지한 채 느리게 걷는 바이든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신중하지만 약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바이든이 비행기 탑승 계단이나 자전거에서 넘어지거나 모래주머니 따위에 걸려 넘어지는 등 대중의 눈에 띄는 작은 사고들이 더해져 노쇠한 이미지를 강화시켰다고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바이든보다 체격이 더 큰 트럼프는 선거 유세 중 오프닝 곡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몇 분 동안 박수갈채를 받는 등 종종 극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고 미디어의 주목을 끄는 특징이 있다. 이런 스타일은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서 그의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화한다고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월 9일(현지 시간) 경합주인 조지아주를 동시에 찾아 유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진=AP·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월 9일(현지 시간) 경합주인 조지아주를 동시에 찾아 유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진=AP·AFP·연합뉴스
C(Communication)
고령 리스크 자기비하 vs 낙선하면 피바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고령을 약점 삼아 “그의 머리는 뒤보다 앞이 훨씬 낫다”, “약효가 떨어진 것 같다”며 바이든이 계속 기침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미국이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이라는 위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이 국정연설을 계기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현 상황을 훼방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바이든은 국가 정상 이름을 헷갈리거나 ‘하마스’ 등 주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령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의 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가 바이든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보고서에 표현한 일도 악재가 됐다.

하지만 바이든은 최근 언론인 모임에서 촌철살인 유머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 주 빅뉴스는 두 명의 대통령 후보가 각 당 후보로 확정됐다는 것”이라며 “한 후보는 너무 늙었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한 명은 바로 나”라고 농담을 했다. 이어서 “우리의 다른 차이는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안다는 것이다. 나는 질 바이든의 남편이고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부인 멜라니아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논란을 염두에 두고 한 언중유골이었다.

대중이 트럼프 실수에 더 관대한 이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지금까지 정책과 행동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켜 온 트럼프의 실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그의 실수를 일상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웬만한 실수는 과거의 행동과 비교해 더욱 관대하게 여겨질 수 있다.

반면 바이든은 보다 조심스럽고 전통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의 실수에 집중되기 쉽다고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바이든의 실수에 대한 비판이 트럼프의 경우보다 더욱 엄격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처럼 이름을 잊거나 잘못 말하는 실수를 해도 대중은 별스럽게 여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트럼프의 허세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언론 보도의 경우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에 따라서 이런 인식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대선후보의 이미지는 그들의 선거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미지 브랜딩은 후보가 어떻게 자신을 유권자에게 인식시키는지에 대한 핵심 전략으로 후보의 정책 및 메시지 전달 방식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은 후보의 이미지를 통해 그들의 성격, 능력, 리더십 등을 평가하며 이는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 신뢰, 연결성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이미지 브랜딩은 대선후보의 정치적인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후보의 정책 이외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미지 브랜딩의 핵심은 실제와 보이는 이미지가 동일한 ‘진정성’이다. ‘늙은이들의 역대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진정성을 바탕으로 연륜의 경험과 지혜를 제대로 증명해서 대중이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