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분사무소 앞세워 고속성장
설립 12년 만에 매출 1000억원 목전
로펌업계 다크호스로 등극
얼마 전 만난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가 한 말이다. 작년 로펌 업계에 단연 화제는 법무법인 YK였다. 그는 “(YK가) 로펌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며 “언제까지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YK는 한마디로 ‘화제의 로펌’이다.
YK가 지난해 받아든 성적표는 기존 로펌들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년 대비 약 51% 급증한 8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다수 로펌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침체와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 혹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결과 YK는 오랜 기간 업계 매출 10위를 지켜온 동인을 제치고 새롭게 ‘10대 로펌’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형사 분야 전문 법률사무소로 문을 연 지 12년 만에 거둔 성과다.
로펌업계는 YK가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YK는 올해 150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면 YK의 로펌 순위는 7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오랜 기간 큰 변동이 없던 로펌업계 순위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10대 로펌 아성에 균열작년보다 매출을 약 두 배가량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너무 목표치를 높게 잡았다’는 말도 나오지만 YK는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YK 관계자는 “로펌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YK만의 방식으로 매년 급성장을 이뤄냈다”며 “이를 앞세워 올해 반드시 매출 목표를 달성해 7대 로펌에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YK가 급성장을 이뤄낸 배경으로는 이 로펌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꼽을 수 있다. YK는 사법연수원 동기(40기)인 강경훈·김범한 변호사가 ‘기존 법조계의 틀을 깨자’라는 비전을 내걸고 설립했다.
초기부터 큰 두각을 나타냈던 건 아니었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 처리하며 작지만 실력 있는 법률사무소로서 평판을 얻었다.
YK가 본격적으로 도약한 건 2020년부터다. 법무법인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과거 세웠던 비전에 맞춰 파격적으로 업무 방식을 변경했다. 지방에 분사무소를 공격적으로 설립하고 검찰 및 경찰에서 다수의 전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현재 YK는 전국에 27개 분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로펌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분사무소를 대거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본사가 직접 분사무소의 운영까지 관리하는, 이른바 직영제 시스템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YK가 등장하기 전에도 많은 로펌이 영토 확장 차원에서 지방에 분사무소를 두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별산제’로 분사무소를 운영했다. 쉽게 설명하면 법인에 소속된 변호사가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분사무소를 세우고 사건을 처리하며 번 돈을 직접 가져가는 것이다. 상호만 같지 사실상 별도의 회사다. 인력 채용과 같은 ‘인사’ 부문 역시 분사무소를 이끄는 변호사의 결정에 따라 진행했다.
YK는 다르다. 분사무소 직원들의 월급(재무)부터 채용(인사)까지 모두 서울 본사에서 담당한다. 전국에서 동일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많은 의뢰인들이 유능한 변호사들은 서울에 몰려 있다고 생각해 법적 분쟁이 생기면 서울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YK는 이런 지방 의뢰인들의 니즈를 파악해 분사무소를 직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전국 어디서나 의뢰인이 원하는 변호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YK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의뢰인이 시간 제약 없이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YK가 가진 특징이다. YK는 ‘연중무휴 363일 상담 체제’를 운영하며 주말, 새벽 할 것 없이 로펌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했다.
마케팅·인재영입에 적극 투자과감한 투자도 YK의 성장 비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YK는 매년 ‘마케팅’과 ‘인재영입’에 큰돈을 쓴다.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이 비중을 높여가며 로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마케팅. 어엿한 대형로펌이 됐지만 YK는 여전히 로펌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큰돈이 들어가는 포털 사이트 온라인 광고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곳곳에서도 로펌 광고를 내걸며 YK라는 이름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대형로펌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다음은 인재영입. 매년 수많은 검찰 및 경찰 출신 전관들을 모셔오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다른 로펌들보다 경찰 출신 전관 영입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약 60여 명에 달하는 경찰 출신들이 전문위원으로 포진하고 있다. 다른 로펌 홈페이지에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고문 등이 다수지만 YK 홈페이지에 가면 경찰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경찰 출신들의 활약으로 YK는 형사 부문에서 ‘강한 로펌’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경찰 출신 전문위원들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쌓아온 실무경력을 앞세워 형사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다. 사건 수임에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들은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경찰 수사가 이뤄질 수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직접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런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앞세워 YK는 형사사건의 ‘해결사’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형사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YK는 최근 기업법무 분야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개인 위주의 형사사건 외에도 수임 규모가 큰 기업법무를 강화해야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YK는 이를 위해 틈틈이 기업법무 분야의 실력자들을 영입해왔는데, 그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LS머트리얼즈, 에코프로 등 다수 기업의 법률자문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YK는 올해도 기업법무 부문을 더욱 강화해 종합로펌으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공격적인 인재영입과 마케팅, 분사무소 설립도 계속된다. YK 관계자는 “10개 이상의 분사무소를 추가로 세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매출 1500억 달성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YK의 가파른 성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 고객을 위주로 마케팅과 법률자문을 펼쳐온 YK가 과연 기업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업사건을 따내기 위해선 대외적인 평판이 중요한데 YK의 업계 평판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펌업계에서는 YK에 대한 무성한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많은 로펌들이 YK의 ‘저가 수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YK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을 경쟁 로펌 대비 훨씬 저렴한 수임료를 앞세워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며 “YK는 이를 앞세워 높은 매출을 올렸을지 몰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사건을 빼앗긴 로펌과 변호사들은 YK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로펌의 견제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YK가 이 견제를 뚫고 작년과 같은 급성장을 지속할지 업계의 관심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