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닥 쳤나…매매가격 떨어졌는데 월세 올라

3월부터 분양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견본주택에 인파가 몰린 모습. 사진=GS건설
3월부터 분양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견본주택에 인파가 몰린 모습. 사진=GS건설
고금리로 직접적 타격을 받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적었던 중소형 오피스텔은 이미 투자자들이 다시 모이며 활력을 되찾고 있다. 매매는 물론 청약시장도 바닥을 찍고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지난 2년 새 오피스텔 가격이 하락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결과다. 또 임대차 매물 공급이 부족해 원룸, 투룸 전월세가 오름에 따라 오피스텔로 수요가 이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 부동산 상승기에 몰렸던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예전의 특성을 되찾아가며 생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대체재였던 오피스텔 가격까지 오르던 당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진입한 투자자들이 빠진 자리를 임대소득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 되찾은 오피스텔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오피스텔 통계 시계열’에 따르면 2022년 4월 들어 2억7000만원을 웃돌았던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이 올해 3월 2억6079만원까지 떨어졌다. 오피스 및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년 8월 2억8296만원까지 올랐던 수도권 오피스텔 평균 가격은 올해 3월 2억6954만원을 기록했다.
“임대수익 괜찮네” 활기 되찾은 오피스텔 시장[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공사비와 분양가가 오르면서 몇 년 전 공급된 신축 오피스텔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9년 849가구 모집에 2만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은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은 분양 당시 3.3㎡당 약 4300만원에 공급돼 비싸다는 말이 나왔지만 현재 기준에선 저렴한 수준이다. 인근 고급 오피스텔은 물론 같은 단지 내 아파트 역시 이보다 2배 이상 비싸게 나오고 있다.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는 2019년 당시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을 포기한 뒤 3.3㎡당 8000만~9000만원에 임대 후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해당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 웃돈이 붙은 상태다.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 전용면적 29㎡F 타입은 6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9㎡F 타입은 최고 약 4억2000만원에 분양됐다.

이처럼 낮아진 가격에 오피스텔을 사들이면 전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오피스텔은 물론 빌라와 다가구 등 전세사기 문제에 시달렸던 임대차용 매물의 경우 전세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실거주 수요가 여전해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7% 오른 100.14포인트(p)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다.

수익률이 오른 데는 그동안 신규 공급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약 11만 실을 기록한 오피스텔 공급량은 2022년 5만1900실로 반토막이 났고, 2023년에는 9월 기준 1만2800실에 그쳤다. 오피스텔뿐 아니라 1~2인 가구 임차수요가 많은 다가구, 다세대, 연립 공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높아진 수익률에 신규분양도 ‘순풍’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국내 시중은행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비용 대비 수익이 늘면서 2019년 8월을 마지막으로 5%를 넘지 못했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5.0%를 기록한 뒤 매달 꾸준히 소폭 올라 올해 3월에는 5.14%로 상승했다.

서울에선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저렴한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 등)의 임대수익률이 5.05%로 가장 높은 가운데 수익률 상승폭은 도심, 강남 등 업무지구 인근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과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 컸다. 올해 3월 서울 전체 수익률은 4.58%로 지난해 3월 4.42% 대비 0.16%p 올랐는데 같은 기간 서북권과 동남권은 4.94%, 4.41%로 지난해보다 각각 0.29%p, 0.19%p 상승했다.

경기도 5.20%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월 대비 0.20%p 상승한 모습을 보였고, 인천은 5.94%로 수도권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으며 전년 동월 대비 0.13%p 올랐다.

오피스텔 사업자들도 달라진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장에 나왔던 일명 ‘하이엔드’ 상품이 미분양으로 고전하면서 비교적 ‘실속형’ 오피스텔이 공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월부터 분양일정을 시작한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오피스텔도 순조롭게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진행한 오피스텔 청약에서 542실 모집에 3808건 신청이 몰려 평균 7.03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처음으로 분양하는 이 단지는 신도시 진입부에 위치한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인하대 송도캠퍼스 등이 인근에 있어 지속적인 임차수요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전용면적 39㎡ 규모에 드레스룸과 아일랜드 주방 등으로 구성된 1.5룸 평면이 잘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분양가격도 최저 1억9800만원에서 최고 2억2600만원에 나왔다. 분양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현재 분양가격과 평면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이나 입지 등 여러 조건이 괜찮다보니 계약률이 90% 가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피스텔 인기가 상승기 수준까지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7년부터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로 인해 오피스텔 시장이 잠시 과열됐었다는 뜻이다.

기존에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은 임대소득을 위해 투자하는 수익형 상품으로서 통상 가격이 잘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집값 상승의 여파로 아파트 대체재인 이들 매물의 시세까지 오르자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갭투자로 사들이며 결국 ‘전세사기’ 피해를 낳기도 했다. 웃돈을 노린 투자수요로 인해 잠시 열풍을 몰고 왔던 하이엔드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생활형숙박시설)도 거품이 빠진 상태다.

지금은 시장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최근 오피스텔 매수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주로 임대수익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동안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월세는 오르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예전처럼 월세를 받아 소득을 올리는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매수인들이 다시 임대수익률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기 시작했다면 당분간은 오피스텔 가격이 지난 상승기처럼 가파르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