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관리의 뉴노멀]
뿔뿔이 흩어진 세무 정보, 하나로 묶어 세무신고까지 연계해야 [세무 관리의 ‘뉴노멀]
#. A 기업은 국내 계열사를 통해 해외에 연결종속법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글로벌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세액을 분석하던 도중 세무 자문사로부터 해외 종속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부 자료를 요청받았다.

그동안 A 기업 본사 세무팀은 해외 법인의 세무사항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 취합에만 한 달 넘게 걸렸다. 관련 정보를 해외 법인에도 요청해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해외 법인 또한 흩어진 정보를 취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정보 취합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현재 A 기업은 해외 법인의 세무 정보 취합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 방법을 고민 중이다. “자료 취합에만 한 달” 흩어진 세무정보A 기업처럼 대부분의 기업은 이제까지 세무신고를 새롭게 이행하기 위해 자료 취합에 상당한 시간과 공수를 투입해왔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Pw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무신고를 위한 데이터 입력, 처리, 검증 및 추출에 걸리는 시간이 전체 세무신고 프로세스의 최대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수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세무팀 개별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정보의 왜곡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보의 검토 및 분석, 위험관리에 걸리는 시간 또한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달라진 국제 조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관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해외의 조세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한 조세 문제가 국제 공조를 통해 서로 연결 및 통합되고 있으며 세무신고를 위한 정보의 투명성 또한 요구받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조세 정보의 신고 및 공시 의무에 대응하려면 기존에 국가별, 법인별로 제각각 관리되던 세무 정보를 취합하고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뿔뿔이 흩어진 세무 정보, 하나로 묶어 세무신고까지 연계해야 [세무 관리의 ‘뉴노멀]
세무 데이터 플랫폼 구축하는 글로벌 기업여러 국내 기업들은 본사의 연결회계 등을 위해 해외 종속회사의 회계 정보를 본사에서 취합해 관리 및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해외 종속회사의 세무 정보는 현지 국가 관할 규정에 따른 개별 사안으로 취급돼 본사가 취합하고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조세에도 글로벌 기준이 도입되고, 국내 세무신고나 납부를 위해서라도 해외 법인의 세무 정보가 요구된다. 본사는 해외 법인의 세무 정보를 취합, 관리, 분석해 새로운 법규의 요구사항을 적법하게 이행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세무 정보를 적시에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는 국내 모기업이 해외 소재 종속기업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재무·세무 데이터를 수집, 통합 및 분석할 능력을 갖춰야 급변하는 글로벌 조세환경과 규제 변화에 대응하고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미국, 유럽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해외 유명 다국적기업들은 세무 관리 고도화 및 세무 전략의 일관성을 목표로 데이터의 표준화와 단순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의 세부 세무 정보를 일괄적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세무 업무를 사후 관리 영역으로만 보는 국내 법인과는 세무 관리의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런 통합 관리 플랫폼은 △세무 관리 비용 절감 △세무신고 효율성 향상 △조세 정보의 정확성과 투명성 향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세무팀의 자원과 시간을 보다 전략적이고 가치 있는 업무에 쓸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 다국적기업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조세 정보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이는 세무 관리의 출발점이자 최적의 조세 전략 수립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통합된 세무 정보, 세무신고까지 연계베트남 법인의 법인세 신고는 A 회계법인, 한국 본사의 법인세 신고는 B 회계법인, 한국 이전가격보고서와 글로벌최저한세 신고서는 C 회계법인이 자문사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룹 차원의 일관성과 세무 전략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세무 자문사가 세목별, 기업별, 국가별로 일치되지 않았다. 개별 법인 입장에서만 세무 자문사를 선택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다수의 세무신고가 제각각 다른 자문사를 통해 흩어져 상호 연계되지 않는다면 자료의 취합, 제공, 분석 시 비효율이 발생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세무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거나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조세 정보의 신고 및 공시 의무를 정확하게 이행하면서 향후 세무조사 및 과세 당국과의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 세무신고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세무 관리 측면에서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로운 법의 도입과 개정, 조세 정보에 대한 신고 및 공시의무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법인세 세무 조정, 이전가격 정책 및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보고서 작성, 글로벌최저한세의 계산 및 신고 등 개별 법령에 따른 다양한 세무신고 이행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세무신고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하면서도 늘어난 세무신고에 따른 비용을 통제하고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삼일PwC가 자체 개발한 글로벌최저한세 분석 툴인 ‘글로브택스시뮬레이터(GloBeTax Simulator, 이하 GTS)’는 세무 통합관리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GTS는 세무 조정된 결과를 입력하면 유효세율만 계산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글로벌 최저한세의 개별 세무조정 사항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세무정보를 표준화된 양식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향후 세무신고까지 연계할 수 있다.

조세 환경이 바뀌면서 세무 관리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체계적으로 통합된 그룹 전체의 세무 정보는 궁극적으로 여러 건의 세무신고까지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가별 조세 정보 및 기업별 세무 컴플라이언스를 통합하고 연결해 세무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준비해야 한다. 다양한 세무신고를 일괄적으로 통합한다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별 조세 규정 준수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세금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조세 데이터는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주덕·이윤석 삼일PwC 파트너

김주덕 파트너는… 삼일PwC 택스 부문 아웃바운드 팀장으로 국내외 기업에 대한 글로벌최저한세 자문, 인수합병(M&A) 및 다양한 국제조세 자문 등 여러 세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이윤석 파트너는... 삼일PwC 택스 부문에서 이전가격 및 국제조세 업무를 담당하며, 국내외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가격 정책 자문, BEPS 보고서 신고 및 이전가격 사전승인, 상호합의 지원 업무 등을 수행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