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 모객 위해 대대적 리뉴얼 돌입
트렌드 맞춰 공간 재구성

[비즈니스 포커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 파크’.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 파크’. 사진=신세계백화점
140만 명.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 얼마 전 오픈한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오픈 한 달여 만에 기록한 누적 방문자 수다. 약 40개의 디저트 전문 점포만으로 채워진 스위트 파크는 오픈하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일일이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공간이 등장했다”며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단숨에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성지’이자 강남점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주로 명품을 사러 오는 고객이 많았는데 스위트 파크 오픈 이후 ‘식품(디저트)’이 강남점의 새로운 집객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 뜯어고쳐”...백화점의 이유 있는 변신
쇼핑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체면을 구긴 유통 대기업들이 실적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일제히 ‘오프라인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중심에는 백화점이 있다. 오프라인 쇼핑 공간으로서 백화점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해 실적 개선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앞세워 ‘점포의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나선 이유다.

투자 금액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의 목표는 같다. 트렌드에 맞춰 백화점을 리뉴얼해 더 많은 손님들의 발길을 점포 안으로 이끄는 것이다. 백화점의 매출은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점포를 찾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디저트 성지’ 소문에 매출도 쑥신세계백화점이 최근 선보인 ‘스위트 파크’ 역시 신세계 강남점을 차별화된 점포로 만들어 더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갑작스럽게 ‘빵지 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디저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에 주목했다. 내부적으로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디저트 전문점을 한곳에 모으면 큰 ‘모객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 그렇게 지난해 7월 다른 백화점이나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가 가능한 유니클로, 뉴발란스 등의 점포를 빼고 그 공간을 ‘스위트 파크’로 리뉴얼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디저트 맛집’뿐 아니라 해외에 가야만 맛볼 수 있었던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유치하며 차별화를 극대화했다. 약 7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 2월 오픈했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스위트 파크는 하루에도 수만 명이 찾을 만큼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에 가야만 맛볼 수 있었던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피에르 마르콜리니’와 프랑스의 유명 빵집 ‘밀레앙’ 등은 이곳에 한국 첫 점포를 내며 연일 방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스위트 파크 개장으로 당초 기대했던 ‘낙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스위트 파크를 찾은 고객들이 백화점에 온 김에 곳곳을 돌며 다른 상품들까지 사가는 ‘연관 구매 효과’가 일어났다”며 “실제로 스위트 파크 오픈 이후 신세계 강남점 매출이 3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도 리뉴얼은 계속된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은 식품관 전체를 손보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국내 최대인 6000평 규모로 새 식품관을 완성하게 된다. 유명 맛집 외에도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 홀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또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6층 남성 럭셔리 코너를 리뉴얼해 남성 명품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신세계 본점 지하 1층에는 신세계 강남점처럼 디저트 맛집을 모아놓은 ‘스위트존’을,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2층을 리뉴얼해 해외패션 브랜드를 추가적으로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액수 공개는 어렵지만 여러 주요 점포의 인테리어 고급화 및 시설 개선 등에도 상당한 금액을 쓸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점포 리뉴얼 계획을 알리고 있다. 올해 총 2000억원을 투입해 더현대 서울, 압구정본점, 중동점, 판교점 등을 재단장한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지난 3월 5층에 약 730㎡(220평) 규모로 고객 휴게 공간과 팝업스토어를 결합한 신개념 공간 ‘에픽 서울(EPIC SEOUL)’을 오픈했으며, 1층과 2층 역시 굵직한 해외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한 리뉴얼에 들어간다.
온라인 공세에도 백화점은 성장핵심 점포인 압구정본점과 판교점의 경쟁력 제고에도 나선다. 압구정본점은 2층과 3층 해외패션 브랜드의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판교점도 로로피아나·로저비비에 등 10여 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의 매장이 문을 연다.

롯데백화점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2026년까지 약 8개 점포의 리뉴얼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올해와 내년 핵심 점포를 위주로 각각 3000억원 이상의 돈을 투자해 새롭게 인기를 끄는 명품 브랜드 유치, 대규모 푸드코트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잠잠하던 갤러리아도 리뉴얼을 앞세워 주요 점포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올해 수도권, 지방 점포들을 중심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이 같은 전략을 내세운 배경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쇼핑의 주도권은 완전히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현재까지 유통 대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온라인 강화’를 외치며 이커머스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쿠팡, 네이버 등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이커머스 기업들에 주도권이 넘어가며 매년 큰 손실을 기록 중이다.

특히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의 경우 이커머스에 고객들을 대거 빼앗기며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렇다고 ‘백기’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통시장의 소비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온다. 온라인쇼핑 규모가 오프라인을 앞지른 지 오래다. 이커머스를 포기하는 것은 유통사업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다 뜯어고쳐”...백화점의 이유 있는 변신
한 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이커머스에 투자하며 선두 기업과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이를 위해선 ‘잘되는 사업’인 백화점의 실적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즉 백화점 경쟁력 강화는 유통 대기업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도 백화점 업계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오프라인 쇼핑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백화점만큼은 예외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21년 3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원까지 커졌다.

전망도 밝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시장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고급화 및 양극화”라며 “생필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지지만 명품과 같이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는 추세다.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뜨는 명품 유치 등 점포 리뉴얼 등을 재빠르게 시행한다면 백화점이 더욱 성장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해 앞으로 백화점의 리뉴얼도 더욱 주기가 앞당겨지고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관측을 내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