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진입 업체들이 실적 끌어올려
지난해 바이톨, 군보르 등 대형 회사 부진

"글로벌 경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원자재 등 상품거래 수익 140조원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원자재 등 상품 거래 수익이 사상 최대인 1040억달러(약 140조4520억원)를 기록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작년 상품거래는 2022년 990억달러 보다 5.05% 늘었다. 2021년 상품거래 수익은 520억 달러였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보고서는 이는 시장 변동성 감소와 일부 대형회사의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눈여겨 볼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상품거래 수익이 급증한 해였다.

맥킨지는 전력 거래로 인한 수익 증가와 상품 거래 시장에 새 업체들이 진입하며 실적을 끌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기술 분야에 중점을 둔 새 트레이더와 헤지 펀드 등이 등장한 것이다.

보고서 작성자인 롤랜드 레흐트슈타이너에 의하면 이 같은 신규 진입 업체들이 거래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운영을 최적화한 것이 성장 배경이 됐다고 풀이된다.

그는 FT에 “세상에는 많은 국영 에너지 기업과 중견 에너지업체 등 실제로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맥킨지는 전력· 가스 분야의 거래이익은 전년 대비 47% 증가해 해당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레흐트슈타이너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거의 모든 상품 거래자가 전력 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다른 모든 활동의 시작이며 세계 에너지 시스템 탈탄소화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톨이나 군보르 등 대형 독립 트레이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스위스의 상품 거래업체 군보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12억5000만달러(약 1조6908억원)로 전년보다 약 50% 줄었다고 발표했다. 뇌물 혐의를 해결하기 위해 4억6700만 달러(약 6316억8288만원)를 지출한 탓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로 알려진 바이톨의 지난해 수익은 전년대비 20% 이상 쪼그라든 4000억달러(약 541조560억원)로 집계됐다. 바이톨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홍해 위기와 러시아 제품의 경로 변경이 실적 부진에 여파를 끼쳤다고 지난 3월 26일 분석했다.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는 “유럽의 도로 운송 수요는 2020년대 중반부터 감소할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도 시장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원유·제품이 인도와 중국으로 경로를 틀게 된 점을 지적했다. 또 홍해에서의 후티 공격으로 인해 석유 제품이 사상 최고치로 “물 위에” 대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