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 12일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 발표
오늘(13일)부터 신규 고객 가입비 7890원로 변경
2900원에서 시작한 멤버십 비용, 7890원까지 올라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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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유료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가격을 7890원으로 인상했다. 종전 대비 2900원 오르면서 쿠팡은 단숨에 연간 4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게 됐다.

문제는 시기다.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그간 '서민 친화적 앱'으로 불린 쿠팡이 종전 대비 56% 인상을 시도했다.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끝나자마자 내놓은 발표다. 게다가 금요일이라는 점도 꼼수로 지적된다. 주말 전 또는 연휴 직전에 나오는 발표들은 언론의 주목도가 낮고, 주말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의 관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 총선 직후 금요일에 발표?쿠팡이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13일(신규 고객 기준)부터 월 7890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종전 가격인 4990원에서 58.1% 상승했다. 기존 회원은 오는 8월부터 적용된다.

쿠팡은 이번 발표와 함께 "전국 무료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 확장과 첨단 기술,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이번 발표는 지난 10일 총선이 끝난 지 이틀 만이다. 총선 직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쿠팡까지 서비스 요금을 인상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총선 전까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물가 조기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채소, 과일값이 크게 오르며 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은 2%지만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2.8%를 기록했지만 2월 다시 3.1%로 올랐고 3월에도 3.1%를 유지했다.

유가 강세,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등으로 올 하반기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금요일 발표'는 꼼수이기도 하다. 발표 시기는 언론 보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금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요일로 꼽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기준 하루 평균 열독시간은 평일에 4.18분이지만 주말에는 1.30분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또, 금요일에 발생하는 이슈를 포함하는 토요일 조간신문은 평일 신문보다 얇고, 토요일에 신문을 내지 않는 곳도 많다. 또, 주말이 지나면서 관심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금요일에 민감한 정책들을 발표하면 이른바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격 인상에 대한 온라인 반응. (사진=온라인 갈무리)
가격 인상에 대한 온라인 반응. (사진=온라인 갈무리)
가격 인상에 대한 온라인 반응.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가격 인상에 대한 온라인 반응.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두 번째 질문, 적자도 아닌데?쿠팡의 가격 인상은 이번이 두번째다. 쿠팡은 2019년 유료 멤버십인 '로켓 와우'를 처음 선보였다. 가격은 2900원.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혜자 서비스'라는 호평까지 나왔다. 2900원만 내면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으며, 당일 배송·새벽배송, 무료 반품 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멤버십 전략으로 쿠팡의 유료 고객은 2020년 470만명에서 2021년 9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쿠팡의 첫 번째 가격 인상은 2021년 12월 결정됐다. 당시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가격을 종전 대비 2090원 높인 499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고객들 역시 2022년 6월부터 적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누적된 영업적자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 22조2000억원의 매출에도 1조7097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2022년 144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6555억원(65억6100만달러)으로 전년(7조2404억원) 대비 20%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715억원(1억3000만달러)으로 51% 늘었다.

와우 고객은 2022년 1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400만명으로 늘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7890원으로 인상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월 406억원, 연간 4872억원에 달한다.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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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질문, 조삼모사 전략?쿠팡 와우 회원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쿠팡 외에도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이 있다. 쿠팡 측은 "와우 멤버십으로 연간 97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실제 수백만명의 와우회원들은 연간 100만원 가량을 절약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등 주요 기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고객 소비 패턴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무료 배송·반품·직구·OTT·음식배달 등 5가지 서비스를 모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우회원은 비(非) 멤버십 회원과 비교해 연평균 97만원(멤버십 월 요금 제외 시 약 87만원) 상당을 절약한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쿠팡이 '조삼모사(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당장의 차이에 신경 쓰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는 의미)'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이츠 배달비 0원을 결정한 지 얼마 안 돼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결국 인상되는 금액에 전부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와우 혜택에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을 추가했다. 와우회원들이 비싼 배달비 걱정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비 0원’ 시대를 열었다.

쿠팡은 "현재 와우 멤버십은 신선식품 무료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각종 무료 서비스 외에도 와우회원 전용 상품 할인 등을 포함해 10가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한다"라며 "고객은 한 달에 3번만 로켓배송을 주문(3000원X3회=9000원)해도 월 요금 이상의 이득을 본다"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