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스위스의 시민단체 ‘공공의 눈’(PE)과 국제어린이식품행동네트워크(IBFAN)는 시장 분석기관 ‘유로모니터’의 자료를 근거로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네슬레가 저소득 국가에는 1인분에 최대 7.3g의 첨가당(설탕 등 식품 제조시 첨가되는 당분)이 들어있는 어린이 식품을 판 반면, 유럽 시장에선 첨가당이 훨씬 더 적거나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어린이 식품을 내놓았다”며 “위험한 이중잣대”라고 꼬집었다.
또 이런 차별적 대우가 ”가난한 나라에서 어린이 비만이 늘어나게 하고 어린이의 입맛을 어릴 때부터 항구적으로 단 것에 길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22년에만 중·저소득 국가에서 네슬레에 25억 달러(3조4000억원)를 안겨준 제품 ‘세렐락’ 시리얼과 ‘니도’ 분유를 예로 들어 첨가당 양을 비교했다.
네슬레는 중·저소득 국가에 파는 세렐락 1인분에 평균 4g의 첨가당을 넣었다. 그러나 타이와 에티오피아, 남아공화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최대 6g까지 넣었고, 필리핀에서는 무려 7.3g이 함유된 세렐락을 팔았다.
그러면서 몇몇 나라에서는 세렐락의 겉표지에 첨가당 성분 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에서는 첨가당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세렐락을 팔았다.
공공의 눈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무설탕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첨가당이 안 들어간 것”이라며 “네슬레가 중·저소득 나라에서 첨가당을 계속 넣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는 네슬레 어린이 식품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어린이 식품에 대한 첨가당 사용 금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네슬레는 성명을 내어 “나라별 설탕 성분의 함유량 차이는 해당 지역의 규제와 가용성 등 몇가지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이런 차이가 영·유아 어린이용 다른 제품의 영양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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