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는 목적 중심의 ‘새로고침’[김용우의 경영전략]
‘새로고침’이 필요한 시기다. 글로벌 정세와 경제 상황이 매일 바뀐다.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는 힘은 조직의 구성원이다. 잡념 없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건강한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그런데 과거 수많은 위기를 이겨 낸 구성원들의 모습과 지금은 다르다. 회사와 조직의 성장보다는 자신의 성장에 더 관심이 많다.

위기를 이겨내려는 열정과 헌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쪽 발은 조직에 걸쳐두고 다른 발은 다른 곳을 찾는다. 몰입보다 잡념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잡념 없이 몰입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의미·성장·자율

링크드인의 조사에 의하면 ‘요즘 세대들의 86%가 자신의 가치에 부합한다면 직책과 보상에 대해 타협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직책이나 보상보다 일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의 75%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응답한 조사에서 월급 이상 일을 한다면 그 이유는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3%였다. 반면에 회사의 발전과 성장은 5%에 불과했다. 회사나 조직의 성장보다 자신의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한 세대다.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중요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산업이 또 다른 엄청난 변곡점에 있다. 이번 혁명은 비즈니스 체계가 아닌 관리 및 조직체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역할, 지위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가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을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이바지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의 의미는 일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스로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기업가처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 중요한 것은 의미·성장·자율이다.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회사는 창립 이래 세상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나름의 존재 이유, 즉 사명을 갖고 있다. 이 사명을 실현한 결과로 돈을 벌고 생존하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회사의 사명은 구성원들이 하는 일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기가 닥치면 사명은 사라지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돈만 남는다. 회사의 존재 이유인 사명을 다시 보자.

그리고 회사의 사명을 실현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이 비전이다. 비전은 구성원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이다.

또 사명을 실현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판단, 결정, 행동의 기준이 핵심가치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원칙과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리더가 없어도 구성원들은 리더와 동일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핵심가치는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하는 자율의 기준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새로고침’을 통해 회사를 극적으로 살려내고 성장시켰다. 포춘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보면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시기인 201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20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2024년인 올해는 2위가 됐다. 사티아 나델라의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라는 책을 보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재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존재하는 이유, 사업의 방향,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가치와 리더십 원칙 등이 새로고침의 출발이고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사명, 비전, 핵심가치만으로 구성원들이 잡념 없이 몰입하는 의미·성장·자율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요즘 구성원들은 회사보다는 개인의 의미·성장·자율에 훨씬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목적에 초점을 맞춘 유니레버지금과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고침’을 시작하기 위해 202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개인의 목적에 초점을 맞춘 유니레버 사례는 곱씹어볼 만하다.

유니레버는 회사의 목적을 2배로 강화하면 미래의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인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유니레버의 목적을 강조하기보다는 개인의 목적에서 시작했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해서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세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미래적합계획’을 만들면 회사가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개인의 목적 발견 워크숍에 참여한 직원의 92%가 노력을 더 기울이도록 영감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성원들이 잡념 없이 몰입하는 의미·성장·자율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새로고침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티아 나델라는 “새로고침을 시작하려면 우선 자신의 조직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보자”고 했다. 구성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미국 ADP연구소가 전 세계 직장인의 몰입도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직장인의 몰입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리더였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하면 그들의 몰입도가 무려 14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는 리더의 말과 행동이 같은 일관성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리더로서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이야기하면 말과 행동이 같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구성원들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리더로서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 즉 자신의 사명과 핵심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회사의 사명, 비전, 핵심가치와 연결된 조직의 사명, 비전, 핵심가치를 다시 정리한다. 가능하다면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의 가치를 정립하는 워크숍을 해도 좋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유니레버의 사례처럼 조직의 목적을 넘어 구성원 각자의 목적을 찾는 것까지 실행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지 리더로서 대화를 시작하자. 그리고 구성원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과 기준을 찾고 이를 조직의 원칙과 기준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본인이 하는 일의 의미를 실현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해 조직이 어떤 모습이 되면 좋은지 물어보자. 그리고 원하는 조직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리더의 권한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의미·성장·자율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체감하고 잡념 없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게 된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새로고침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잡념 없이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중요한 것은 의미·성장·자율의 건강한 조직문화다.

회사와 조직의 존재 이유(의미), 비전(성장), 핵심가치(자율)가 개인의 목적과 연결된다면 만들 수 있다. 당신이 리더라면 구성원들의 목적을 발견하는 대화를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