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애플페이’가 흥행한 영향이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고 연체율은 낮아졌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전 상품 영역의 회원과 신용판매 취급액이 증가하며 영업 수익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카드 회원수는 전년보다 69만 명 증가한 1173만 명을 기록했고 신용판매 취급액은 18조7909억원 늘어나 150조1573억원을 찍었다. 연체율은 0.63%로 업계 최저 연체율을 유지했다. 건전성 중심의 경영과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상품 운영으로 금융 취급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효과였다.
외형 성장은 고스란히 순익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6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순익이 개선된 카드사는 국내 8곳 중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엔데믹 시대가 열리며 현대카드는 해외여행 증가 수혜도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해외결제 수수료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종식에 발맞춰 론칭한 애플페이와 해외여행 특화 카드 상품 개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는 해외 겸용 카드를 등록하면 현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교통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현재 해외여행 중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국내카드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아멕스와 대한항공카드 등 해외여행 중 이용 혜택이 큰 상품의 발급·이용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이 같은 여행 특화 카드 상품과 애플페이 론칭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론칭 이후 국내 카드업계 해외결제 3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 해외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2조7258억원이다. 전년 대비 74.8% 증가한 수치다.
그동안 현대카드 브랜딩을 지휘했던 정 부회장은 올해 ‘변화의 설계자’로 나섰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슬로건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를 선언하며 카드마다 중구난방이었던 혜택을 체계화하고 포인트 적립 체계를 단순화한다고 밝혔다. 신용카드의 새로운 룰과 영역을 만들어온 현대카드의 태도를 대변하는 슬로건이다.
현대카드는 현재 카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잡한 혜택 구조, 까다로운 이용 조건, 유명무실한 서비스라고 진단했다. 그 해결책으로 복잡했던 신용카드 서비스와 혜택을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정리하고 통일성 있는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모든 카드 상품의 혜택 구조를 기본 혜택, 추가 혜택, 연간 보너스, 고실적 보너스, 우대 서비스 등 5단계로 표준화한다.
정 부회장은 이 슬로건을 발표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객의 착시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작년 한 해 동안 관계자들이 맹렬한 토론을 통해 정립했다”고 썼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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