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체결된 분양계약,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불경기가 점점 깊어지면서 분양계약 체결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계약정리를 위해서 상당한 위약금을 지급하는 등 큰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양계약 과정에서 약속된 여러 가지가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분양계약해제 내지 사기,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청구를 재판으로 시도하지만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분양자가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계약해제나 사기, 착오 취소와 같은 전통적인 논리가 아니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상 ‘소비자 철회권’을 근거로 분양계약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재판실무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언뜻 보면 부동산분양과 방문판매는 연결이 쉽지 않지만 방문판매법에서 방문판매와 함께 ‘전화 권유 판매’를 공히 규제하고 있어 전화, 문자 등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분양 현실과 접점이 생기게 된다.

우선 방문판매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전화 권유 판매’란 전화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권유를 하거나 전화 회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법에 의하면 방문판매자 등은 재화 등의 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소비자가 계약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청약의 철회 및 계약 해제의 기한 및 행사방법, 효과에 관한 사항 및 청약 철회 등의 권리 행사에 필요한 서식이다.

아울러 해당 법에서는 방문판매 또는 전화 권유 판매 등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계약서를 받은 날보다 재화 등이 늦게 공급된 경우에는 재화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철회가 가능하다.

계약서에 청약 철회 등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청약 철회 등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방문판매법상 철회 법리가 부동산 분양 계약에 적용된 최초 사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검색 결과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계약금반환 등의 판결이 리딩 케이스로 판단된다.

해당 사건은 수분양자가 분양회사를 상대로 한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이었다. 항소심 법원은 철회 법리를 통해 수분양자인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고 대법원 판결로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전화 권유 판매에 대해 ‘전화를 사용해 소비자의 응답을 유도하고 대화를 함으로써 청약을 유인해 어떤 장소에서 만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위 판결들 이후 유사한 관련 재판에서는 부동산분양계약에 방문판매법상 철회 법리 적용을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기존 분양계약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문판매법상 철회법에 대한 공방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된 수원지방법원 계약금반환 판결에서 분양계약서에 청약 철회 등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분양계약의 청약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한 만큼 분양계약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 이후 철회요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부동산 분양계약서에는 청약 철회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분양자와 계약자 모두의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