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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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특수고용직도 사업주가 보호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관련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캐디 ㄱ씨(사망 당시 27세)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ㄱ씨 유족에게 1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ㄱ씨는 2019년 7월부터 건국대 법인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 골프장에서 일하다 이듬해 9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ㄱ씨는 캐디들을 관리하는 상사인 이른바 ‘캡틴’으로부터 외모 비하, 공개적 망신 등을 당했다.

ㄱ씨 유족은 건국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ㄱ씨는 특고직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유족들은 건국대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ㄱ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건국대가 (ㄱ씨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건국대는 고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건국대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특고직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대법원이 책임을 묻는 확정 판결을 내린 건 처음이다.

직장갑질119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근거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지해야 하는 회사의 직접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도 산안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다만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이 아닌 산안법을 적용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단체는 “ㄱ씨는 법인으로부터 받은 태블릿PC를 통해 구체적 지휘 감독을 받으며 일했고 캐디피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무급노동을 강요받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판결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