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물가 12.8% 급등…고금리·고물가에 고령·청년·저소득층 타격
소비자물가가 2021년 이후 최근까지 13% 오르는 등 살림살이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 증가율도 5%포인트(p)나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고령·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큰 타격을 받았다.

2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고물가와 소비: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연 환산 상승률은 각 12.8%, 3.8%로, 2010년대(연 환산 1.4%)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대로 민간 소비의 경우 올해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5∼2019년 추세를 크게 밑돌았다.

재화와 서비스를 나눠 보면, 글로벌 공급 차질과 이상기후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큰 재화 쪽의 '물가 상승·소비 부진' 현상이 더 뚜렷했다.

물가가 오르면 민간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드는 데다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 물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가계의 소비 품목 구성(소비 바스켓)과 재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한은의 분석 결과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 상승률이 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두 그룹에서 컸기 때문이다.

또 고령층의 경우 대체로 부채보다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인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경로로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물가가 오르면 부채의 실질 가치도 줄어들지만, 생애 주기상 부채가 많은 청년층에 도움이 된 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 가운데 전세 거주자가 많은데, 이들의 전세보증금 실질 가치도 하락한 탓이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얼마나 소비를 위축시켰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2021∼2022년 실질 구매력 축소가 약 4%p, 금융자산 실질 가치 훼손이 약 1%p씩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이 기간 누적 기준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9.4%+5%p) 늘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2021년 이후 물가가 민간 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은 가계에서는 공적 이전소득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소득 증가 등이 물가의 부정적 영향을 다소 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