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젠슨황 될래요" 이공계 쏠림현상에 부모도 "고임금 취업 희망"
세계 반도체의 주요 공급원인 대만에서 이공계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이 16일 보도했다.

대만의 대학선발입학위원회는 최근 학생들이 AI와 정보통신산업의 열풍에 따라 올해 9월 학기에 입학할 2024년 대입 지원에서 북부 타이베이 대만대학교, 신주 칭화대학교, 양명교통대학, 남부 타이난 성공대학 등 4개 국립대학의 전기학과 계열 학과가 입학 정원을 거의 채웠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정보과학계열 지원 쏠림 현상은 대만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대만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하려고 지난 8일까지 보름간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공개 강연에서 대만 내 17개 공·사립 대학이 엔비디아와 협력관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만 언론은 AI, 정보통신, 반도체 및 이공 계열에서 입학 열기가 높지만, 인문학과 역사 분야 등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성공대학의 역사학과에는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으며, 몇몇 공립대학과 사립대의 중문학과는 지원자가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서남부 자이의 국립 중정대학 중문학과와 동부 화롄 국립 동화대학의 중문학과의 지원자는 각각 2명과 9명에 그쳤으며 사립대 중 세신대학의 중문학과 지원자는 4명, 문화대학의 중문학과 산하 중국문학과 문예창작 전공의 경우 지원자가 각각 6명과 9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은 취업에 유리한 AI를 과도하게 강조한 결과 때문이라고 짚었다.

학생들이 '명예'보다는 '돈'을 쫓는 경향이 있어 어문학, 역사, 철학 등 소위 '문사철' 관련 학과의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절대다수의 부모가 자녀들이 인문 계열 공부를 포기하고 의대나 이공 계열을 선택해 고임금의 직장에 취업하길 희망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