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젠슨 황 만난지 2개월만에 美 빅테크 협업 모색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후 약 2개월 여 만에 다시 글로벌 빅테크들이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 실리콘밸리를 방문 중이다. 이번 출장에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AI Infra 담당) 등 SK그룹의 AI·반도체 관련 주요 경영진이 동행했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10여일 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SK그룹의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 주요 인사들과 회동해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달 6일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초석을 함께 만들자”며 SK의 AI 방향이 ‘사람’에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 AI·반도체 빅 테크 경영진들도 최근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AI를 강조하고 있어, 최 회장과 이와 관련한 여러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AI에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시스템 구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고용량 DDR5 모듈, 엔터프라이즈 SSD(eSSD) 등을 앞세워 글로벌 AI용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생성형 AI 서비스 '에이닷'은 차별화된 개인비서 기능으로 4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으며, SK그룹의 에너지·자원 사업역량을 한데 모은 '클린에너지솔루션'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청정에너지 확보와 전력 사용 절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올해 4월 미국, 6월 대만에 이어 다시 미국을 방문해 AI 및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6주년' 구광모, 피규어AI·텐스토렌트 CEO 만나…AI 밸류체인 전반 살펴
올해 취임 6주년을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17일(현지 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LG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은 ABC(AI, 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준비 현황을 살폈다.
구 회장은 미국 테네시에서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을 방문하고, 실리콘밸리에서는 LG의 미래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허브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노바)를 찾아 AI 분야 등 미래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LG 사업장 외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AI 스타트업을 찾아 LG의 AI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구 회장은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살폈다.
구 회장은 텐스토렌트를 방문해 짐 켈러 CEO와 만나 AI 반도체의 트렌드와 텐스토렌트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에도 방문해,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을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원(Figure 01)’이 구동하는 모습을 살폈다. 이재용, 메타·아마존·퀄컴·AMD 등 '글로벌 빅샷' 연쇄 회동
지난 13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미국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2주간의 출장을 통해 AI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IT 산업을 주도하는 메타, 아마존, 퀄컴, AMD 등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했다. 이 회장은 이들 기업과 AI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미국 서부 팔로알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갖고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라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오는 25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출장 성과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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