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회사나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등에 이를 신고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내달 5주년을 맞이하지만 노동현장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3%만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후 신고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중복응답이 가능해 실제 피해 신고 비율은 더 낮을 수도 있다고 갑질119 측은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중복응답 가능)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60.6%)가 가장 많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23.1%)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7.2%)는 답변이 있기는 했지만,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8.1%),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2.2%) 등 신고 비율은 낮았다.

공식 기관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답변은 소수에 불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62.8%)은 조사를 받으면서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밝힌 한 사례자는 직장갑질119에 카카오톡으로 상담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매니저로부터 부서 이동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사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그 이후부터 괴롭힘은 심해지고 따돌림이 시작돼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대다수의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엄두를 못 내고, 신고하면 보호는커녕 보복 조처를 당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강화와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